중국과 필리핀의 남중국해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1999년 아융인 모래톱(중국명 런아이자오)에 좌초된 뒤 사실상 군 기지 역할을 해 온 필리핀의 상륙함을 중국 군함들이 포위, 물자 보급선을 차단했기 때문이다. 양국 정부는 연일 성명전을 펴고 있다.
31일 환구시보(環球時報) 등에 따르면 중국은 10여일 전부터 군함과 해양 감시선, 어선 등을 아융인 부근에 배치, 필리핀과 대치하고 있다. 필리핀은 99년 상륙함이 이곳 모래톱에 걸려 좌초된 뒤 10명 안팎의 해병대원들을 상주시키면서 아융인을 실효 지배하고 있다. 필리핀이 최근 상륙함 수리를 명분으로 부대 시설 건설 등을 시도하자 중국이 이를 막기 위해 군함들을 대거 동원, 상륙함을 사실상 포위한 상태다. 이에 따라 필리핀은 아융인의 상륙함에 물과 식량, 연료 등을 보급하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아융인의 필리핀 해병은 현재 식량난과 식수난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훙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30일 "중국은 난사(南沙)군도와 그 부근 해역에 이론의 여지가 없는 확고한 주권을 갖고 있다"며 "중국 정부는 필리핀의 런아이자오에 대한 주권 침탈을 절대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겅옌성(耿雁生) 중국 국방부 대변인도 "중국 해군이 관할 해역을 순찰하는 것은 완전히 정당한 것"이라며 "필리핀은 자국의 영토를 지켜야지 남의 나라 영토를 지키려 해서는 안 된다"고 주문했다.
필리핀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제조마르 비나이 필리핀 부통령은 "필요하다면 최후의 1인까지 싸울 것"이라고 전의를 다졌다. 필리핀은 31일 싱가포르에서 개막한 제12차 아시아안보회의(일명 샹그릴라 대화)를 활용, 국제 사회의 여론을 환기시킨다는 전략이다. 이에 따라 필리핀의 보급선이 아융인에 접근을 시도할 경우 양국의 무력 충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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