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31일 원전 가동중단 사태와 관련해 검찰 등 사법기관을 총동원해 원전 부품비리를 전면 재수사하기로 결정했다. 국민 안전과 직결된 사안인 만큼 이번 사건을 비리척결의 시범케이스로 삼아 '비리 커넥션' 의혹 등을 철저히 파헤치겠다는 게 청와대의 입장이다.
하지만 이 같은 방침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지난 정부에서 문제를 확인했지만 공개가 안 된 부분도 있을 수 있다"며 '이명박정부 책임론'을 언급했다가 이를 번복하는 등 혼선을 보여 뒷말을 낳고 있다.
이날 오전 청와대 홍보라인 관계자 4,5명은 춘추관을 찾아 기자들에게 원전비리 전면 재수사 방침을 알리면서 "지금 나온 의혹 외에 더 심각한 상황일 수 있다", "단순한 부품 납품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문제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발 더 나가 "지난 정부 감사원과 원자력안전위 등에서 조사를 했지만 공개되지 않은 결과가 있을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말한 이도 있었다. 이번 사태의 근원적 책임이 '원전비리를 축소 공개한' 전 정부에 있다는 뉘앙스였다.
일부 언론이 이를 '이명박정부서 원전비리 적발하고도 공개 안 했다'는 식으로 보도하면서 파장이 확산됐다. 이번엔 감사원이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즉각 반박에 나섰다. 감사원은 해명자료에서 "작년 12월 공개해 기사화된 감사보고서를 통해 납품업체 2곳에서 138개 품목ㆍ966개 부품의 시험성적서를 위조 제출하고 담합 입찰한 행위 등을 적발해 검찰에 고발하는 한편 총 51건의 위법 부당사항에 대해 엄중 조치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러자 청와대 측은 "감사 결과가 축소됐다는 취지가 아니라 국민안전과 관련된 문제인 만큼 책임 소재와 시시비비를 분명히 밝히자는 뜻이었다"고 진화에 나섰다. 이 같은 혼선은 이날 아침에 열린 홍보회의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참석자는 이 자리에서 "만에 하나라도 감사 결과와 다른 내용이 밝혀지면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 청와대의 분명한 사태 해결 의지를 선제적으로 언론에 알려야 한다"며 언론 홍보를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언론에 이번 원전 사태에 대한 원인 규명과 문책 의지를 강조하는 과정에서 일부 오해가 빚어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이번 '해프닝'이 홍보수석 등 홍보라인 지휘부가 공석인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반응도 나온다.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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