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며 전 정권의 '코드인사'로 몰려 강제로 자리에서 물러났던 김윤수(77) 전 국립현대미술관장과 김정헌(67) 전 문화예술위원장이 국가 및 유인촌 당시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등을 상대로 5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가 패소했다. 앞서 이들은 국가 등을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낸 계약해지 및 해임무효 확인소송에서 승소가 확정돼 해임기간에 상응하는 급여와 퇴직금을 지급받은 바 있다.
하지만 법원은 이들에 대한 해임 처분이 무효로 결론이 난 것과 손해배상을 받는 것은 별개라고 봤다. 일부 징계사유는 정당한 부분이 있다고도 봤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5부(부장 한숙희)는 김 전 관장과 김 전 위원장이 국가 등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들에 대한 해임이 법원 판결로 무효 또는 취소됐다는 사정만으로 국가와 문화부 장관의 행위가 건전한 사회 통념이나 사회상규상 용인될 수 없음이 분명한, 정신적 고통을 가하는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31일 밝혔다.
재판부는 이들의 징계사유에 대해 "김 전 관장이 미술품을 구입하는 과정에서 낸 심의자료가 관련 규정에 충분히 부합된다거나 최종 구입가격이 객관적으로 적정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김 전 위원장이 내부 업무처리지침을 위반해 문화예술진흥기금을 운용하는 등 일부 부적절한 업무처리를 한 사실 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전 정권의 정치색을 가진 문화예술계 단체장들은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유인촌 전 장관의 발언 등이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자진 사퇴를 권고하는 단순한 의견 표명에 불과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노무현 정권 때 임명됐던 김 전 관장은 외국 작가의 작품을 구입하는 과정에서 적정 가격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관세법 규정을 어겼다는 이유로 2008년 말 계약이 해지됐고, 김 전 위원장은 수익증권 매입과 관련해 문화예술진흥기금 운용 규정을 어겼다는 이유로 같은 시기 해임됐다.
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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