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6월 주한미국대사관 내 동성애자 모임인 '글리파(GLIFAA)'가 동성애자 인권 강연회를 추진하면서 국민체육진흥공단 내 소마미술관을 빌린다. 그런데 행사를 불과 사흘 앞두고 공단 측이 불가 방침을 통보, 결국 대사관 안에서 열리게 된다. 글리파 회원이면서 당시 미 대사관 공보참사관이던 패트릭 리네한은 "공단 측으로부터 '국가기관으로서의 이미지가 걱정된다' '게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허가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전달 받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즈음 소마미술관 전시실에는 동성애자이자 성 소수자 인권운동가인 키스 해링의 작품들이 걸려 있었다.
이 달 프랑스의 동참으로 전 세계 14개국이 동성 결혼을 합법화했다. 뉴욕 주 등 미국 내 12개 주도 동성 부부의 법적 지위를 보장하고 있다. 동성애에 대한 혐오 표현을 처벌하는 나라도 적지 않다. '증오표현금지법'이 있는 스웨덴 법원은 2003년 동성애를 '사회적 암'이라 발언한 한 목사에게 징역 1개월 형을 선고했다. 프랑스는 1981년부터 동성애에 대한 증오를 법으로 금지했고, 영국(평등법), 독일(평등대우법) 등도 성별과 인종을 포함해 성적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을 엄격히 처벌하고 있다. 한국 국회는 최근 스스로 발의한 '차별금지법'을, 종교계의 저항에 밀려 자진 철회했다.
동성애자의 권리는, 성별 인종 등 모든 소수자 인권의 역사가 그러했듯, 치열한 투쟁을 통해 확장돼왔다. 그 투쟁은 진행형이다. 6월 1일 서울 마포구 홍대에서 열리는 퀴어퍼레이드도 그 일환이다. 동성애자인권운동사에 큰 획을 그은 '스톤월 항쟁'을 기념하고 그 정신을 계승하는 이 행사에서 퍼레이드의 거리는 축제의 공간이면서 투쟁의 공간이고, 소수자 인권을 넘어 보편적 인권의 가치에 공감하는 모든 시민들과 함께 하는 연대의 공간이 될 것이다. 축제의 열기로 우리는 투쟁의 열기, 연대의 열기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으로 2013년 5월 한국의 동성애자 인권투쟁의 성과와 과제를 확인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거기에 또 하나의 민감한 질문- 성 소수자 스스로 되돌아봐야 할 바는 없는지-을 던지고자 한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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