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만든 또 하나의 세계대회, 제1회 몽백합배 세계바둑오픈전 통합예선에서도 역시 황사바람이 거셌다. 한국이 본선티켓 50장 가운데 14장을 확보한 반면 중국은 35장을 따냈고 대만이 여자선수 몫으로 주어진 1장을 가져갔다.
한국과 중국의 본선티켓 점유율이 28% 대 70%로 1년 전쯤 같은 장소에서 치렀던 제1회 백령배 통합예선 때와 비슷하다. 홈그라운드 이점을 등에 업은 중국의 인해전술로 인해 한국의 열세가 어느 정도 예상됐지만 그래도 당초 기대에 썩 못 미치는 결과다. 특히 한 달 전에 한국기원에서 열렸던 LG배 통합예선에서 한국과 중국이 본선티켓을 똑같이 절반씩 나눠가졌던 것에 비하면 상당히 미흡한 성적이다. 여자부에서 한 명도 예선을 통과하지 못한 것도 무척 아쉽다. 다행히 올해 신설된 아마추어부에서 한국 선수들이 맬활약을 펼쳐 본선 티켓 4장을 싹쓸이했기에 망정이지 자칫했으면 예선통과자 두 자리수 달성이 어려울 뻔 했다.
한ㆍ중 선수 간의 맞대결 승률 또한 꽤 차이가 난다. 세계대회 통합예선에는 주최국에서 거의 모든 기사가 출전하는데 반해 다른 나라에서는 주로 상위 랭커들이 출전하므로 전체적으로 주최국의 성적이 다소 뒤지는 게 당연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몽백합배서 중국은 한국 선수와의 맞대결에서 45.5%의 높은 승률을 올렸다. LG배 통합예선에서 한국의 한중 대결 승률이 30.8%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다.
랭킹 별로 나누어 살펴봐도 마찬가지다. 한국이 랭킹 10위 안에서 4명이 통합예선에 출전해 3명이 본선에 올랐다. 5명 출전에 3명이 예선을 통과한 중국보다 약간 앞섰지만 그 밖에는 모두 뒤졌다. 20위 안에서 한국이 11명 중 5명(45.5%), 중국이 14명 중 9명(64.3%)이 본선에 올랐고 30위 안에선 한국이 18명 중 7명(38.8%), 중국이 24명 중 14명(58.3%)이 마지막 관문을 통과했다.
특히 랭킹이 내려갈수록 본선 진출자수와 진출률에서 모두 크게 밀렸다. 한 마디로 랭킹 10위 이내의 최상위급에선 그런대로 대등한 승부를 보였지만 그 이하에선 엄청난 약세를 보이고 있다는 얘기다.
한국의 통합예선 통과자들이 중국 선수들보다 전체적으로 연령대가 높은 것도 양국 바둑의 미래를 생각할 때 상당히 우려되는 부분이다. 예선통과자들의 연령대가 한국이 1980년대생 4명, '90후' 6명, '95후' 4명인데 반해 중국은 70년대생 2명, 80년대생 9명, '90후' 15명, '95후' 9명이다. 신예 유망주 신민준(14세)이 중국 랭킹 9위 펑리야오를 제압하며 본선에 올랐고, 비록 본선 진입엔 실패했지만 이동훈(15)이 중국 랭킹 1위 퉈자시를 격침시켰다는 게 그나마 한 가지 위안이다.
몽백합배 통합예선 통과자 50명은 각국 시드 배정자 14명과 함께 7월 9일부터 중국기원에서 본선 64강전을 벌인다. 한국에서는 이세돌, 김지석, 박정환, 이창호 4명이 본선 시드를 받았다.
박영철 객원기자 ind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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