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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로 변신한 서울대 이상억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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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로 변신한 서울대 이상억 명예교수

입력
2013.05.30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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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은 제 삶에 큰 활력소에요. 은퇴 이후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면서 새 삶을 살게 됐습니다.”

2009년 정년 퇴임한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이상억(68) 명예교수는 요즘 화가로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21일부터 서울대 문화관 갤러리에서 ‘동서고금 만물’을 주제로 자신의 두 번째 개인전을 연 그는 30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퇴임하면서 화초 100개 키우기, 그림 100점 그리기 등 앞으로 할 일을 정했는데, 이번에 목표를 달성하게 돼 굉장히 기쁘다”고 했다.

31일까지 계속 되는 전시회에서 그는 퇴임 후 그린 수묵화, 서예, 유화, 도예 등 작품 108점을 선보였다.

언어학자인 이 교수는 1964년 대학 입학 이후 서예를 배우면서부터 그림에 관심을 갖게 됐다. 동영화가이던 모친의 영향으로 88년부터 동양화를 그렸고, 93년 호주 시드니대에서 한국학을 가르치는 초빙교수로 있으면서 서양화에 눈을 떴다. 이 교수는 “번다한 작품 속에는 수십 년간 제가 지나온 시간이 온전히 담겨져 있다”고 했다.

그 중에서도 많은 이들이 “신선하다”고 칭하는 작품은 문자를 이용한 그림. 그는 이번 전시에서 고대 상형문자로 사슴, 학 등 십장생을 표현한 ‘십장생 문자도’와 ‘동물원 문자도’ 등을 선보였다. “문자 자체가 이미 조형미를 갖추고 있습니다. 대학 때 원시문자 등을 연구한 게 많은 도움이 됐어요.”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개인전을 가진 ‘화가’지만 그는 여전히 배움터를 찾는다. 최근에는 부산의 집 근처 문화센터에서 유화를 배우고 있다. 강의를 위해 1주일에 한 차례 서울에 올라올 때는 서울대 수묵화 반에서 동양화를 그린다. 이 교수는 “그림을 배우는 게 재미있고 부족함을 채워가는 것이 즐겁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그런 즐거움이 바로 그림을 그리는 원동력”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전시회 때 관람객으로부터 “그림 재미있게 봤다”는 말을 듣고 이런 생각은 더욱 확실해졌다.

“그리는 사람이 즐겁고, 그림을 보는 사람이 즐거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서로가 즐길 수 있는 그림을 그려나갈 생각입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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