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경북 영주시 가흥동 택지지구 주택밀집지역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건물이 문을 열었다. 지하 1층 지상 6층에 객실 50개를 갖춘 Y호텔이 27일 건축사용 승인이 떨어지기 무섭게 개업 준비를 서둘러 이날 영업을 시작한 것이다. 이 호텔 1, 2층은 무인인식시스템을 갖춘 1주차 1객실 형태의 방 11칸이 있고, 유흥주점이 있는 지하층에는 객실과 연결되는 엘리베이터도 갖춰져 있었다. 독립된 개별 주차장에 차량을 세우고 무인결제를 한 후 객실로 직행하는 이곳은 사실상 러브호텔이다. 동네 주민 박모(39)씨는 "주거밀집지역인 이곳에서 300여m 떨어진 곳에 초등학교까지 들어설 예정인데 러브호텔이 웬말이냐"며 흥분했다.
영주시가 영주시건축위원회 권고와 주민 반발을 무시, 주택밀집지역에 러브호텔 형태의 호텔 사용을 승인, 물의를 빚고 있다. 이곳 호텔 부지는 용도상 상업지역이지만 20∼350m 거리에 연립주택과 아파트가 들어섰고, 연말까지 1,600여세대 아파트가 착공할 예정인데다 초등학교 예정부지도 있어 유흥문화에 속수무책으로 노출되고 있다. 인근 706세대 아파트 입주자 대표와 부녀회장은 "지난해 9월 호텔 착공 전에 영주시장실을 찾아가 '풍속을 저해하는 러브호텔 건축을 반대한다'며 강력 항의했는데도 반영이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시건축위원회도 지난해 8월 회의를 열어 1주차 1객실 형태 배제와 지하유흥주점의 일반음식점 변경, 커피숍 등 휴식공간 조성 등 의견을 제시하는 등 러브호텔 건축을 반대했다. 하지만 시는 건축위원회 회의에 대해 결정권을 가진 '심의'회의가 아니라 의견을 듣는 '자문'회의로 규정, 권고사항 상당부분을 사실상 묵살했다.
시는 주민반발과 건축위원회 지적이 이어지자 업체에 설계변경을 요구, 1주차 1객실 형태를 14칸에서 11칸으로 줄였지만 시늉만 했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지하층을 일반음식점으로 바꾸기로 하고도 현재 유흥주점으로 꾸미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 관계자는 "상업지역에 호텔을 건축하는 것이 법적으로 하자가 없어 허가를 내줬고, 이는 건축위원회 심의 대상이 아니다"고 밝혀 주민의사와 동떨어진 탁상행정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반면 경기 의정부시는 경기북부청사 인근에 허가 신청한 관광호텔을 건축위원회 심의에서 부결,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주민반발과 주거 및 교육환경을 저해한다는 이유에서다. 미풍양속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러브호텔 허가를 내주지 않는 자치단체장의 결정이 정당하다는 법원 판례도 있다.
이용호기자 ly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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