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 전문 인터넷사이트 '테니스 그랜드스탠드'는 지난 25일(이하 한국시간) 프랑스오픈 개막 하루를 앞두고 전문가 10명을 상대로 한 우승후보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단 한 명의 예외도 없이 디펜딩 챔피언 라파엘 나달(27ㆍ스페인)의 통산 8번째 우승을 점쳤다. 프랑스오픈이 클레이코트에서 열린다는 점에서 나달에게 후한 점수를 준 것이다. 나달은 통산 우승트로피 56개중에서 41개를 클레이에서 수확했을 만큼 클레이코트의 제왕으로 평가 받고 있다. 이는 은퇴한 기예르모 빌라스(아르헨티나)의 45회 우승에 4회 뒤진 것이다. 나달은 올 시즌 클레이에서만 5번 정상에 올라 조만간 빌라스의 클레이 최다 우승기록도 갈아치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로저 페더러(32ㆍ스위스)가 프랑스오픈에서 나달의 기록을 뛰어넘는 새로운 역사를 창출해 눈길을 끌고 있다.
페더러는 30일 대회 나흘째 남자단식 2회전에서 솜데브 데바르만(28ㆍ인도)을 세트스코어 3-0(6-2 6-1 6-1)으로 따돌리고 32강에 합류했다.
페더러는 이로써 프랑스오픈 통산 56승을 거둬 이 부문 공동 4위에서 3위로 한 계단 뛰어올랐다. 역대 프랑스오픈 최다승 기록은 1960~70년대 스타 플레이어 니콜라 피에트란젤리(이탈리아)와 빌라스의 58승이다. 따라서 페더러가 남은 5경기를 모두 이기고 우승을 차지하게 된다면 통산 61승 신기원을 이루게 된다. 더구나 페더러는 결승까지 뚜렷한 경쟁자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대진 운이 좋아 기록경신 가능성이 한층 커지고 있다. 이에 반해 53승을 달리고 있는 나달은 남아있는 6경기 전승을 거두고 챔피언에 등극하더라도 59승에 그쳐, 페더러에 미치지 못한다. 한가지 변수는 페더러가 8강에서 탈락하고 나달이 우승하면 나란히 59승으로 동률을 이루게 되는데 현재로선 페더러가 중도 탈락할 가능성이 거의 제로에 가깝다. 한마디로 '뛰는 나달위에 나는 페더러' 인 셈이다.
그러나 페더러가 프랑스 오픈에 첫 출전한 1999년 이후 15년 동안 거둔 성적표인데 반해 나달은 2005년부터 불과 9년 만에 쌓은 승수란 점에서 '순도'가 더 높다.
페더러는 이와 함께 4승만 보태면 통산 900승이란 금자탑을 쌓게 된다. 이 부문 통산 1,2,3위는 지미 코너스(미국) 1,243승(277패), 이반 렌들(체코) 1,071승(239패), 빌라스 928승(286패)이다. 이날 현재까지 896승(204패)을 거둔 페더러는 현역 선수론 단연 최고의 승수를 보이고 있다. 나달이 619승(124패)으로 한참 뒤처진 채 2위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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