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아이스하키계에 깜짝 놀랄만한 일이 벌어졌다. 선덕고 공격수 이총현(17)이 유럽 아이스하키 최고 리그인 KHL(Kontinental Hockey League: 러시아 아이스하키 리그) 신인 드래프트에서 블라디보스톡 구단에 지명을 받았다.
블라디보스톡은 지난 27일(한국시간)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에서 열린 2013 신인 드래프트 2라운드 28순위에서 이총현을 지명했다. 한국 아이스하키 사상 국내 선수가 해외리그의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 받은 것은 처음이다. 블라디보스톡은 신생 팀으로 2013~14 시즌부터 KHL에 참가한다. 깜짝 지명에 대해 대한아이스하키협회 관계자는 "이총현 자신도 지명 사실을 29일에서야 뒤늦게 알았다"고 설명했다.
KHL은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에 필적하는 수준과 규모를 지닌 유럽 최고 리그로 지난 2008년 러시아를 주축으로 벨라루스, 카자흐스탄, 우크라이나 등 동유럽 팀들이 참가해 출범했다. KHL은 NHL의 아성에 도전한다는 목표로 막대한 자금을 동원해 유능한 지도자와 스타 플레이어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이런 큰 무대의 신인 드래프트에서 한국의 무명 선수가 지명됐다는 사실은 대단히 놀라운 일이다.
광운초에서 아이스하키를 시작한 이총현은 182㎝ 76㎏의 신체 조건을 지닌 공격수로 광성중을 거쳐 선덕고 2학년에 재학 중이다. 왕년의 농구스타 최경희씨의 2남으로 형 이총재(연세대), 동생 이총민(경희중)도 아이스하키 선수다. 지난 4월 폴란드 티히에서 열린 2013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주니어 세계선수권(18세 이하) 디비전 1 A그룹 대회에 출전해 5경기에서 1골 1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이총현은 당시 유망주 스카우트를 위해 파견된 스카우트의 눈에 띄어 지명을 받았다. 주니어 대표팀을 이끌었던 신현대 보성고 감독은 "폴란드 성인 대표팀 코칭스태프가 '유럽 리그에 도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고 잠재력을 높이 평가했었다"고 말했다.
블라디보스톡이 이총현을 스카우트한 배경에는 한국과 일본 등 동아시아 시장 공략을 위한 전략적 판단도 작용했다. 러시아 현지 언론 모스크바 뉴스에 따르면 막심 카트코프 블라디보스톡 수석 스카우트는 "아시아 시장은 성장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점에서 한국과 일본 선수들에게 매력을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총현은 31일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열리는 고교리그 1차전 경기고와의 경기에 출전한다.
이재상기자 alexe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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