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에서 민간인 16명을 살해한 미군 병사가 사형을 피하기 위해 혐의를 인정하고 감형 받는 유죄협상(플리바게닝)을 할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해 3월 아프간 칸다하르주의 미국 공군기지에서 주둔 중이던 로버트 베일즈(39ㆍ사진) 하사는 밤중에 기지를 빠져 나와 인근 마을 두 곳에서 집안에 잠들어 있던 민간인들에게 총을 난사했다. 피해자는 대부분 여성과 아이들이었다. 베일즈는 시신 일부를 쌓아 불태우기도 했다. 그는 이후 미국에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베일즈의 변호인인 존 헨리 브라운은 다음달 5일 공판이 열릴 예정이며 이미 유죄협상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다고 29일 밝혔다. 브라운 변호사는 "베일즈가 이 자리에서 자신의 모든 혐의에 유죄를 인정할 것"이라며 "그가 자신의 죄를 뉘우치고 있으며 사건 당일 '제정신이 아닌 상태였다'는 진술을 했다"고 전했다.
유죄협상은 혐의 시인 등 수사에 협조하는 조건으로 구형량을 감경해 주는 제도다. 유죄협상이 열리려면 재판부와 군 당국의 승인이 필요하다. 베일즈의 선고 공판은 9월로 예정돼 있으며 유죄협상이 성사되면 사형 대신 가석방 없는 종신형이 선고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10년간 이라크와 아프간에 4차례나 파견돼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형이 구형될 가능성은 적을 것으로 전망했다.
만약 베일즈가 유죄협상으로 사형을 면할 경우 피해자 가족 등 현지 주민들의 격렬한 반발이 예상된다. AP통신은 "지난 달 인터뷰에서 피해자 유족들은 베일즈가 사형을 피할 경우 보복하겠다고 격분했다"고 보도했다. 모친과 두살배기 딸을 비롯해 가족 11명이 숨진 모하메드 와지르는 "이 한 가지 사건이 우리에겐 미군 병사 100명을 죽일만한 명분이 된다"고 말했다. 부인과 친척 3명을 잃은 다른 아프간 남성은 "종신형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면서 "그가 사형되지 않으면 내가 반드시 보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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