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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동업자 윤리의 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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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동업자 윤리의 실종

입력
2013.05.30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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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후 수훈 선수 인터뷰 도중 일어난 아나운서를 향한 물세례 논란이 프로야구계의 이슈로 떠올랐다. LG 투수 임찬규는 지난 26일 잠실 LG-SK전이 끝난 뒤 방송사의 수훈 선수 인터뷰를 하던 정의윤을 향해 물을 뿌렸다. 그러나 당시 인터뷰를 진행하던 정인영 KBS N 아나운서도 함께 물벼락을 맞아 논란을 빚었다. 임찬규는 지난 해 이진영의 인터뷰 때도 물을 뿌렸고, 당시에도 정 아나운서가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에 KBS N 모 피디는 개인 트위터에 "야구선수들 인성교육이 필요하다"고 글을 올린 데 이어 같은 방송사 스포츠 편성 제작팀장은 향후 LG 경기 수훈 선수 인터뷰 보이콧을 선언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프로야구선수협회는 물세례에 대해 "인터뷰 도중 당한 봉변에 대해 정인영 아나운서와 소속 방송사인 KBS N에 사과 말씀 드린다"며 선수협회는 앞으로 팬들에게 불편함을 줄 수 있는 행위들을 자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극적으로 승리를 따내거나 끝내기 안타 등을 때린 경우 선수들의 흥분이 지나쳐 과도한 세리머니를 할 수는 있다. 그렇지만 패한 상대팀 앞에서 또는 상대팀을 향해 굴욕감을 느끼게 하는 세리머니는 금물이다. 또한 타인에게 피해를 주거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정도라면 문제가 있다. 하물며 선수의 생각과 의견 등을 전해주는 팬 서비스를 하는 방송사 아나운서에게 물을 끼얹고 즐거워하는 행위라면 지탄 받아 마땅하다. 스포츠 아나운서들은 포괄적으로 야구 선수들과는 동업자 관계다. 700만 관중을 돌파한 프로야구라도 동업자간에 서로 도와주는 상생 관계가 형성돼야 판을 더 키울 수 있다. 야구 선수들만의 힘으로는 안된다. 선수, 팬, 심판, 스포츠 아나운서 등이 서로 노력할 때 가능한 것이다.

야구 선수들간에도 지켜야 할 에티켓이 있다. 즉 불문율이다. 미국의 야구전문지 베이스볼 다이제스트는 '선수가 지켜야 할 에티켓 10계명'을 소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상대팀에게 모욕적인 행동을 하지 말 것, 홈런을 치고 너무 좋아하거나 베이스를 천천히 돌지 말 것, 점수 차가 많이 났을 때 리드하는 팀은 도루나 번트를 삼갈 것, 투수가 노히트노런 같은 대기록을 이어갈 때 기습 번트를 대지 말 것, 상대팀 슈퍼스타를 보호할 것 등이다.

최근의 사례를 살펴보자. 지난 21일 잠실에서 열린 두산-넥센전 상황이 대표적이다. 넥센 5번 강정호가 5회 12-4, 8점 리드 상황에서 3루 도루를 시도해 성공했다. 이 상황에서 두산은 큰 점수 차로 앞서 가면서 3루까지 무관심 도루를 하는 것은 비신사적 행위라고 판단한 듯 하다.

곧 바로 두산이 응징에 나섰다. 두산 투수 윤명준은 넥센 유한준의 엉덩이를 맞혀 1차 목적을 달성한 뒤에도 만루에서 실점을 감수해 가며 김민성의 머리 쪽으로 향하는 빈볼까지 던졌다. 결국 벤치클리어링(스포츠 경기 도중 더그아웃이나 불펜, 또는 벤치에 있던 선수들이 몸싸움을 벌이는 선수나 심판을 제지하거나 싸움에 가담하기 위해 그라운드로 나가는 행동)까지 일어났다. 벤치클리어링에도 나름의 법칙이 있다. 벤치클리어링을 할 때는 모든 선수들이 다 뛰어나가 동료를 도와야 한다. 더그아웃에서 미적거리고 있으면 안된다. 오래 전에 박찬호가 메이저리그에서 이단 옆차기를 날린 것도 그런 이유다.

벤치클리어링 하면 배트 투척 사건으로 유명한 펠릭스 호세가 떠오른다. 여러 차례 벤치클리어링을 촉발시켰던 호세도 "야구장은 팬과 선수가 함께 어울리고 즐기는 장소다. 어른들이 모범을 보이고 어린이 팬들이 본받을 수 있는 교육의 장이 돼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어찌됐든 빈볼도, 벤치클리어링도 경기의 일부다. 10계명은 그라운드에 뛰는 선수들이 가장 잘 안다. 모 감독은 한국형 불문율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에티켓은 굳이 동업자 윤리를 이야기 하지 않아도 실천하고 지켜야 하는 것이 프로다.

여동은 스포츠부장 dey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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