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CJ그룹 회장의 탈세와 비자금 조성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신한은행을 압수수색해 이 회장의 해외 부동산 매매와 관련한 금융 거래 자료를 확보했다. 검찰은 이 회장이 일본 도쿄 번화가인 아카사카(赤坂) 소재 부동산을 차명으로 매수해 임대수익을 내고도 이를 숨겨 세금을 포탈한 것으로 보고(본보 24일자 1면) 관련 자금 흐름을 추적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윤대진)는 29일 신한은행 도쿄지점이 CJ그룹 일본법인장 A씨가 운영하는 주식회사 '팬(PAN) 재팬'에 240억 원을 대출해준 것과 관련한 자료를 신한은행으로부터 제출 받아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전날 신한은행 본점에 압수수색 영장을 제시하고 대출 심사관련 서류 일체와 대출계좌 거래내역 등을 제출 받았다.
검찰에 따르면 팬 재팬은 A씨 개인이 대주주로 등록된 부동산관리회사로 CJ와는 공식적으로 관련이 없다. 하지만 팬 재팬 측은 신한은행 도쿄지점에서 240억 원을 빌리는 과정에서 CJ 일본 법인 소유 건물을 담보로 삼았다.
검찰은 이 회장이 A씨와 팬 재팬을 앞세워 240억 원을 대출 받아 현지 부동산 매입에 사용하고 임대 수익금 등을 일본에 은닉하는 수법으로 해외비자금을 조성ㆍ관리하고 세금을 포탈해 온 것으로 보고 있다. 관련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이 회장 개인의 해외 비자금 관리를 위해 그룹 건물과 직원 등이 동원된 셈이 된다.
팬 재팬은 신한은행으로부터 2007년 1월 240억 원을 대출받은 이후 매년 분할해 대출금을 갚아 왔으며 지금까지 약 25억 원이 변제됐다. 검찰은 이 변제금이 CJ그룹 혹은 이 회장 측에서 흘러나왔을 가능성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아카사카 부동산) 관련 의혹이 제기돼 정확한 대출금의 용처와 변제 자금원 등에 대해 살펴보고 있다"며 "CJ일본법인이 건물을 담보로 제공한 경위 등을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A씨에게 출석해 줄 것을 통보했지만 건강상 문제를 이유로 응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이에 검찰은 28일 당시 신한은행 도쿄지점 직원을 소환해 대출 경위 등에 대해 조사했으며 A씨에 대해서는 곧 재소환을 통보할 계획이다.
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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