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욱 두산 감독은 지난 25일 인천 송도 LNG구장을 찾았다. 외국인 투수 개릿 올슨(30)을 보기 위해서였다. 권명철 투수 코치가 동행했다. 올슨은 퓨처스리그(2군) SK 타자들을 상대로 35개의 공을 던졌다.
전력 투구는 아니었다. 직구 최고 시속도 141㎞에 그쳤다. 하지만 김 감독과 권 코치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3이닝 무실점(1안타)에 삼진도 4개를 잡았다. 올슨은 마운드를 내려간 뒤에도 불펜에서 15개의 공을 던지며 투구수를 채웠다.
바닥을 친 두산이 마운드 재정비를 서두르고 있다. 지난달 12일 잠실 롯데전 이후 자취를 감췄던 올슨이 1군 복귀를 눈앞에 두고 있다. 31일부터 열리는 넥센과의 주말 3연전에 선발 등판할 예정이다. 이로써 기존의 더스틴 니퍼트-노경은-김선우 라인에 올슨이 가세한다. 나머지 한 자리는 28일 부산 롯데전에 선발 등판한 왼손 유희관이다.
김 감독은 29일 "올슨이 2군 경기에서 잘 던졌다. 직접 봤는데 나쁘지 않았고 1군에서도 제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유희관도 붙박이 선발이다. 부상자가 나오지 않는 이상 이들 5명을 밀고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 동안 두산은 니퍼트, 노경은을 제외하면 고정된 선발진이 없어 애를 먹었다. 시즌 초반엔 '임시 선발'인 김상현, 이정호로 구멍을 메웠지만 기대만큼 효과가 오래가지 않았다. 또 다른 후보인 이재우는 시즌 첫 선발 등판(7일 인천 SK전)에서 팔꿈치 통증을 느꼈다. 김선우는 3~4월 잘 던지다 5월 들어 무너졌다.
당연히 불펜에 과부화가 걸렸다. 선발진이 잇달아 조기 강판되자 구원진이 많은 공을 던지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앞서 몇 차례 나온 대량 실점도 예고된 것이었다. 지난 인천 SK전에서 13점, 12일 잠실 NC전에서 17점, 18일 대전 한화전에서 14점, 21일 잠실 넥센전에서 15점 등 5월에만 8실점 이상 경기를 10차례나 한 것은 구원진의 피로가 누적된 결과였다.
김 감독은 선발진과 함께 불펜에도 변화를 줬다. 최근 구위가 살아난 홍상삼을 붙박이 마무리로 낙점하고, 중간계투요원으로 김강률을 호출했다. 지난 25일 2군에서 올슨을 지켜보면서 김강률의 몸 상태도 세밀하게 관찰했다.
김 감독은 "(김)강률이가 2군에서 보인 모습만 유지한다면 1군에서도 충분히 통한다"고 했다. 비록 28일 롯데전에선 8회 1실점 했지만 앞으로 많은 기회를 줄 예정이다.
올 시즌 우승을 노리는 두산은 지금까지 잔인한 5월을 보냈다. "5할 승률만 하면 대만족"이라는 김 감독의 표현처럼 팀 전력이 시즌 전 구상과는 많이 달랐다. 28일까지 5월 성적은 9승12패. 롯데와의 남은 2연전과 31일 잠실 넥센전을 모두 이기면 정확히 5할 승률을 기록할 수 있다.
더 중요한 건 재정비된 마운드가 톱니 바퀴처럼 돌아가는 것이다. 5명의 선발과 구원 투수들이 기본만 한다면 잔인했던 5월은 금방 잊혀질 수 있다. 반면 다음달 14일~17일 예정된 휴식에 앞서 진행되는 이번 15연전 동안 또 한 번 마운드가 무너진다면 두산의 위기론은 더 크게 불거질 것이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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