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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지도 않은 '안철수 신당' 갑론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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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지도 않은 '안철수 신당' 갑론을박

입력
2013.05.28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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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당계획도 불투명한 '안철수 신당'의 정체성을 두고 친안(親安) 그룹 안팎에서 갑론을박하고 있다. 친안 그룹 내부에서는 결선투표제 도입이나 원내 교섭단체 구성 요건 완화 등의 주장도 제기되면서 너무 앞서 나가는 것 아니냐는 비판마저 나오고 있다.

정체성 논란은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가 지난 25일 한 강연에서 '노동 중심의 진보정당론'을 역설하면서 불거졌다. 최 명예교수로선 평소 소신을 밝힌 것이지만, 그가 최근 안 의원의 싱크탱크이자 '안철수 신당'의 모태로 여겨지는 '정책네트워크 내일'의 이사장을 맡은 상황이라 신당의 지향을 밝힌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 것이다.

당시 최 명예교수는 "민주당보다 진보적인 스탠스를 갖는 정당이 필요하다"면서 "안 의원의 정치조직화든 활동이든 이런 것에서 노동문제가 가장 중요한 구성요소가 될 수 있게 한다는 건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안철수 신당의 좌표를 사실상 민주당과 진보정의당의 중간 정도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의미다.

그 동안 중도지향을 강조해온 안 의원 측은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안 의원 측은 "신당이 해결해야 할 의제에 노동분야 등도 있겠지만 이를 진보정당으로 해석하는 건 무리"라고 선을 그었다. 정치권에서 최 교수의 발언을 둘러싸고 내부 이견이 있는 것으로 비쳐지자, 안 의원은 뒤늦게 "노동 문제가 중요한 정치 의제가 돼야 한다는 것은 최장집 교수님의 원래 소신이며 저도 같은 생각"이라며 직접 진화에 나섰다.

이 같은 혼선은 안 의원의 정치적 지향이 모호한 데에서 기인한다는 지적이 많다. 스스로의 지향성을 '경제는 진보, 안보는 보수'라고 표현한 것이 대표적이다. 한 정치권 인사는 "개성공단 사태가 안보문제인지 경제문제인지 묻고 싶다"면서 "국민들 듣기에 달콤한 얘기만 하는 것"이라고 했다.

안 의원이 정치 현안을 두고 대립하고 갈등하는 현상에만 주목하면서 이념 갈등으로 단순화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 정치평론가는 "안 의원은 역사적ㆍ사회적 맥락을 도외시한 채 진보나 보수를 특정 정당의 주장과 동일시하는 경향이 강하다"면서 "예를 들어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통상임금 문제를 두고 힘겨루기를 할 경우 이를 보수와 진보의 이념 갈등이라고 보는 식"이라고 비판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결과적으로 국민의 정치불신 기류에 편승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렇다 보니 안 의원 측이 여러 정치개혁 과제 중 자신들에게 유리한 것만 앞세운다는 비판도 나온다. 직간접적으로 대선 결선투표제 도입이나 원내 교섭단체 구성 요건 완화 등을 주장하는 걸 두고서다. 사실 이들 방안은 국민 대표성 강화나 정당정치 활성화의 주요 기제로 여겨져 왔고,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에선 일반적인 주장이다. 하지만 민주당 일각에서는 "신당이 어떤 비전과 지향을 가질지를 보여주지 않은 상황에선 마치 신당이 자리잡을 수 있게 터를 닦겠다는 정도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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