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산업개발이 최근 경기 남양주시 별내택지지구에 선보인 '별내2차아이파크'에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인데도 없는 게 하나 있다. 바로 40평형 이상 대형 아파트다. 공급물량 1,083가구 모두 전용면적이 85㎡(32~33평형) 이하다. 대개 분양아파트 구성상 적어도 10% 남짓 끼어 넣던 대형 평형이 아예 실종된 셈이다. 이동훈 현대산업개발 과장은 "부근에 주인을 찾지 못한 대형 아파트가 많은데다 거래량과 가격 역시 회복 조짐을 보이지 않아 과감히 대형을 포기했다"고 설명했다.
# 다음달 서울 서대문구 가재울뉴타운 4구역에서 공동 분양에 나설 GS건설, SK건설 등 3개 업체는 조합을 설득하느라 진땀을 뺐다. 건설회사들이 난색을 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조합은 전체 4,300가구 중 공급면적 157㎡(47평) 이상 대형을 800가구 가까이 짓자고 고집했다. 결국 분양 성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업체들의 설명을 조합이 받아들였고, 대형 평형은 조합 안보다 200가구 이상 줄어든 547가구로 결정됐다.
4ㆍ1 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모처럼 아파트 분양시장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지만 40평 이상 대형은 멸종 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지 전체를 중소형으로 채운 아파트가 등장했고, 모델하우스를 찾는 이들도 대형이라면 고개를 젓는다. 남보다 넓은 집에 살고픈 욕망에 프리미엄까지 붙던 부동산 활황기와 비교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대형 아파트의 실종은 사회, 경제, 정책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1, 2인 가구 증가 등 핵가족화에 따른 가족구조 변화, 경기 침체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 중소형에만 혜택이 집중된 4ㆍ1 대책 등 대형 아파트가 설 자리가 차츰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부동산 시장이 잘 나갈 때 높은 투자수익을 보장했던 대형 아파트들이 갈수록 수익은커녕 손실만 안겨주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는 배신감도 작용했다. 대형 아파트 수요를 지탱하던 투자 매력마저 꺾인 셈이다.
28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공급면적 기준 132㎡(40평) 이상 대형 평형 아파트는 부동산 호황이 절정이던 2007년 9만9,115가구에서 지난해 1만9,009가구로 5분의 1이나 급감했다. 반면 전용면적 85㎡ 이하는 2007년 19만4,669가구에서 지난해 23만3,221가구로 최근 8년 새 최대치를 기록했다.
보통 업계 불문율로 여겨지던 중소형 대 대형 비율 6대 4 공식도 깨졌다. 중소형 아파트 공급 비율은 2006, 2007년 63~66%였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엔 86~89%까지 치솟았다. 올 들어선 공급면적 132㎡ 아파트가 3,242건으로 전체 물량(7만337건)의 4.6% 수준까지 급감했다. 그만큼 대형 평형 공급이 줄었다는 얘기다.
대형 아파트 분양 성적도 신통치 않다. 예컨대 올해 초 포스코건설이 분양한 동탄2기신도시 더?氷아?꼍쳤셈?전용면적 84㎡ 청약경쟁률은 16.84대 1이었지만 전용면적 115㎡는 1.07대 1에 불과했다. 다른 단지도 비슷해 중소형이 대형보다 3~10배 정도 경쟁률이 높았다.
대형 아파트는 중소형의 공격에도 시달린다. 대형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방 4개를 중소형이 구현하고 나선 것이다. 우남건설이 공급한 고양삼송 우남퍼스트빌은 전용면적 84㎡ 241가구를 모두 방 4개로 설계했다. 방 크기가 작다는 논란을 피하기 위해 방 규격을 최소 가로 3m, 세로 2.7m 이상으로 했다. 반도건설은 동탄2기신도시에서 방 3개가 딸린 84㎡에 방 1개를 추가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SK건설, 이지건설 등도 방을 늘린 중소형 평면을 선보였다.
사면초과에 몰린 대형 아파트의 신세를 달리 보는 시각도 있다. 경기가 호전돼 큰 집에 대한 수요가 다시 늘면 자칫 수급 불균형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팀장은 "크고 넓은 집을 소유하려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특성이 여전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형에 대한 잠재수요는 무시할 수 없다"며 "경기가 회복되면 다시 귀한 대접을 받을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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