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액 기준으로 미국 상위 500대(포춘 500)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중에서 흑인의 비율은 1% 정도에 불과하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8일 보도했다. 미국의 노동가능 인구 중 흑인이 12%인 점을 감안할 때 지극히 낮은 비율이다.
NYT는 기업가와 전문직 등에서 흑인 비율이 정체를 보이거나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 기업의 유명 흑인 CEO로는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의 케네스 쉐노우, 제록스의 우르술라 번스 정도를 꼽을 수 있을 뿐이다. 포춘 500 기업 임원진의 흑인 비율도 3.2%에 불과했다.
전문직 흑인 비율은 정체상태다. 의사와 치과의사 중에서 흑인의 비율은 5%인데 이 비율은 1990년 이후 증가하지 않고 있다. 건축가 중 3%만이 흑인인데 이 역시 20년 동안 오르지 않았다.
법조인 중에서 유색인종과 여성의 비율은 1993년 통계를 내기 시작한 이후 2010년 처음으로 하락했다. 휴스턴 지역의 경우 흑인 변호사 비율은 2002년 4.96%에서 지난해 4.74%로 떨어졌다.
NYT는 "깊은 불황이 흑인의 전문직 진출에 장애가 되고 있을 뿐 아니라 기업들이 '인재 다양성 정책'을 뒤로 미루도록 하는 빌미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애리조나, 미시간, 네브래스카, 뉴햄프셔, 오클라호마주 등은 최근 몇 년 동안 인종에 기초한 차별해소 정책을 없앴다.
다음 달 텍사스변호사협회 회장으로 취임하는 흑인 변호사 리사 타툼은 "인재 다양성 정책이 후퇴하고 있는 것이 명백하다"며 "로펌들이 과거처럼 적극적으로 다양성 정책을 추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리사 타툼은 또 "지금까지 해온 성과와 흑인인 버락 오바마의 대통령 취임 등을 보고 '이만하면 됐다'라고 멈춰버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흑인 변호사와 판사들을 대표하는 변호사단체의 존 페이지 회장은 "우리는 지금 벼랑 끝에 서 있다"며 "다양성에 대한 피로감이 존재하며 우리는 매우 빨리 과거로 퇴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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