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향수 필요 없는 샴푸, 우리 작품이죠"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향수 필요 없는 샴푸, 우리 작품이죠"

입력
2013.05.28 18:32
0 0

프랑스 유명 조향사 장 마리 산탄토니와 배우 김태희를 향기로 표현한 LG생활건강의 '엘라스틴 퍼퓸 샴푸'가 출시 5개월 만에 100만개 이상 판매됐다. 치열한 샴푸시장에서 눈에 띄는 판매량인데, 유명배우를 모델로 기용한 덕도 있지만 무엇보다 머릿결이 아닌 향기를 강조한 게 주효했다는 게 업계 평가다. 상큼한 과일향, 은은한 흰장미와 은방울 꽃향, 섹시함을 강조한 라즈베리 바닐라향 3종으로 기존 샴푸보다 2배 이상 잔향이 지속되는 게 특징. 뒤이어 3월말 출시한 '온더바디 퍼퓸 바디워시'는 고급 향수를 뿌린 듯 잔향이 지속되고 보습 성분까지 가미해 출시 2개월 만에 45만개를 넘어섰다.

이 제품들이 태어난 곳은 LG생활건강의 향 연구소인 '센베리퍼퓸하우스'이다. 이 곳에서 오랜 연구와 실험 과정을 거쳐 김후덕 팀장, 이지민 책임 퍼퓨머(엘라스틴), 윤동선 책임 퍼퓨머(온더바디) 등 전문 조향사(퍼퓨머)들의 손에 의해 탄생했다. 이들은 향기를 맡는 사람들이 아니라, 향기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이다.

이전에 출시된 샴푸나 목욕제품은 주 목적인 세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하지만 최근 불황 속 적은 비용으로 힐링과 자기만족 효과를 주는 향수에 대한 요구가 늘고 있고, 그러다 보니 향수를 쓰지 않고 매일 사용하는 생활용품만으로도 향기를 즐기려는 사람들도 증가하는 추세다. 생활용품에 기능과 디자인 못지 않게 향기가 중시되는 건 이제 대세가 되었다.

하지만 샴푸와 세정제는 모두 씻어내는 제품. 향기를 남기는 것 자체가 어려웠다. 김후덕 팀장은 "샴푸와 보디워시 모두 물로 헹궈내기 때문에 잔향이 오래 남기 어려운 점을 극복해야 했다"며 "샴푸의 경우 머리카락의 틈에 향을 남기는 유화기술을 적용했다"고 말했다. 세정제의 경우 미끄럽거나 끈적이지 않은 소재를 사용하면서 향을 입히는 데 중점을 뒀는데, 피부에 닿았을 때 잔향이 오래가는 향들을 선택해 조합했다.

고급스러운 향을 개발하는 것도 간단한 과정은 아니다. 향은 식물에서 추출하거나 합성하고 천연에서 대량 분리하기도 하는데 하나의 향은 천연오일, 화학성분이 혼합되며 탄생한다. 무수한 반복실험을 거쳐야 하는데 1년간'엘라스틴 퍼퓸 샴푸'를 위해 개발한 견본 샴푸만 850가지다. 이지민 조향사는 "같은 계열의 향이라도 향기의 강력함이나 지속성에 따라 느낌이 크게 다르다"며 "제품과 모델 이미지에 향기의 이미지가 맞도록 차별화하는 데 주력했다"고 전했다.

조향사들은 직업상 향기에 민감하다. 지하철을 타면 지나가는 사람이 어느 회사 섬유유연제나 샴푸를 썼는지 알 정도다. 향을 개발하려면 그만큼 다른 향기도 평가하고 벤치마킹하는 것은 기본이기 때문이다. 윤동선 조향사는 "조향사들은 집에 샴푸, 보디워시가 각각 10개 이상은 있다"며 "향수, 야생화 등 곳곳에서 모티브를 얻어 향을 개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센베리퍼퓸하우스는 앞으로 매년 200~300종의 향을 개발해 제품 적용은 물론 향을 데이터베이스화해 약 2만여종의 향 라이브러리를 갖춘 연구소로 발전해간다는 목표다. 김 팀장은 "소비자들이 향기만 맡아도 무의식적으로 브랜드를 떠올리도록 하기 위해 향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며 "LG에만 있는 향 개발을 통해 우리만의 독특한 감성을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를 작성한 기자에게 직접 제보하실 수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다리며, 진실한 취재로 보답하겠습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