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작구 사당동 167-19번지 일대. 빼곡히 들어서 있는 200여채의 저층 단독ㆍ연립 주택 주변을 고층 아파트들이 벽처럼 둘러싸고 있다. '사당1주택재건축 구역'으로 불리는 이곳은 지난해 11월 서울 뉴타운 중 단독주책 재건축 사업으로는 처음으로 재건축조합을 해산했다. 재건축을 할 경우 손해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에 따라 주민 51.9%가 동의했다. 하지만 사업이 중단된 이후 갈등이 더 심해졌다. 시공사인 삼성물산이 조합 설립 이후 지난 2년간 쓴 비용 56억8,000여만원을 물어내라며 주민을 상대로 법원에 가압류를 신청했기 때문이다. 이후 조합 해산에 동의한 주민과 반대한 주민이 서로를 탓하며 다툼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서울시는 경기도, 인천시와 함께 뉴타운·재개발사업이 주민 과반수의 동의로 해산된 경우 조합이 사용한 비용에 대해 법인세를 감면, 시공업체도 공동 부담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정부에 건의하기로 했다고 28일 밝혔다.
그 동안 조합의 정비사업 추진에 필요한 비용은 시공업체를 통해 확보하고, 시공업체는 일부 조합원 등에게 연대보증을 받고 자금을 대여한 뒤 사업 완료 후 분양수익 등으로 회수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주민 과반수 동의로 정비사업이 취소될 경우 사용비용에 대한 책임을 서로 전가하기 위해 시공업체는 연대보증을 한 일부 조합원 재산을 압류하고, 조합원은 해산 동의자들에게 매몰비용을 부담하도록 해 갈등이 적지 않았다.
이에 따라 수도권 3개 시도는 뉴타운·재개발사업 출구전략에 따라 조합이 해산된 경우 시공업체가 조합에 대여한 자금을 손비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세법 개정을 기획재정부 등에 건의할 계획이다. 채무자의 파산 등으로 회수할 수 없는 채권의 금액(손금)이 손비처리 되면 시공사들은 법인세(20%) 일부를 감면 받는 혜택을 얻을 수 있다.
현재 전국에는 1,018개의 재건축ㆍ재개발 조합이 있는데, 이들 중 20% 정도가 사업 포기를 결정할 경우 시공업체가 550억원 가량의 매몰비용을 분담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대부분 대기업인 시공업체도 조합원을 상대로 압류 등 방법으로 채권을 회수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기 보단 법인세 감면을 통해 사업을 정리하는 것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조합사용비용의 경우 회계 자체가 투명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자칫 도덕적 해이를 조장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과다한 구역지정과 지속된 부동산 경기침체로 오도가도 못하고 교착상태에 빠진 뉴타운·재개발사업을 이대로 둘 경우 매몰비용은 눈덩이처럼 커질 수 밖에 없다"며 "세법 개정을 통한 한시적 지원이 새로운 뉴타운 출구전략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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