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대공 유도미사일 패트리엇(PAC-3), 해군 이지스 탄도미사일방어(BMD) 시스템, 차세대 전투기 F-35 등 미국 전력의 핵심 무기 20여종의 설계도가 중국 해커들에 유출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 국방부의 민간자문기구 국방과학위원회(DBS)가 정부에 제출한 기밀보고서를 입수해 28일 이같이 보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거리미사일 요격망인 고고도방어체계(THAAD), 호넷전투기(FA-18), 수직이착륙 수송기 V-22 오스프리, 전투헬기 블랙호크, 연안전투함(LCS)도 설계도가 유출된 무기 목록에 포함됐다. 설계도 형태는 아니지만 무인기 화상시스템, 나노기술(극미세가공기술), 전술자료 연동망, 전자전 시스템 등 군사 관련 기술도 유출됐다.
언제 해킹 공격을 받았는지, 피해 기관이 정부인지 방산업체인지는 보고서 내용에 포함되지 않았다. WP는 그러나 정부 관료들을 인용해 “마틴 뎀프시 합참의장, 키이스 알렉산더 국가안보국장 등 국방부 수뇌부들이 군수계약을 맺은 업체에서 발생한 기밀 유출에 당황하고 있다”고 전했다. 해킹 피해를 입은 무기 제조사에는 보잉, 록히드마틴, 레이던, 노스롭그루먼 등 대형 방산업체가 포함돼 있다.
전문가들은 정보가 새나간 무기의 중요성 및 범위로 볼 때 미국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될 사고라고 지적했다. 안보 전문가 마크 스톡스는 “하나같이 미국 안보에 중요한 무기들인지라 해킹 소식을 접했을 때 숨이 멎을 만큼 놀랐다”고 말했다. 국방부 고위 관리는 “미국이 25년 간의 연구ㆍ개발을 통해 이룬 성과를 단번에 도둑맞았다”고 말했다.
보고서가 중국을 해킹 공격의 주체로 명시하지 않았지만 이 사안에 정통한 방산업계 및 군 고위 관계자들은 중국의 소행으로 보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미국 무기정보를 확보해 얻을 수 있는 이득으로 ▦군사적 충돌 때 우위를 점할 수 있고 ▦수억달러 규모의 첨단기술 개발비용을 아낄 수 있으며 ▦자국 국방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스톡스는 “PAC-3, THAAD 등 미국의 미사일방어(MD)체계를 속속들이 파악하면 이를 뚫을 수 있는 미사일 개발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2007년에도 F-35 관련 정보를 빼내 초고속 전투기 개발에 활용했다고 의혹을 제기한다.
WP는 다음달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이번 사건을 포함한 중국발 해킹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은 올해 들어 국가정보평가(NIE) 보고서, 국방부 보고서 등에서 중국을 미국 정부와 기업을 상대로 사이버 스파이 활동을 하는 국가로 지목하고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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