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번호 기억 안나 아내에게 물어본 적도
500자리 숫자를 한번에 듣고 기억해 기네스북에 오른 ‘기억력 천재’ 에란 카츠(48)가 신간 한국판 출간을 기념해 방한했다. 이스라엘 출신인 그는 28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아무리 기술이 발달해도 기억력을 항상 대체할 수 없다”며 “기술의 편리성과 뇌를 사용하는 데 적절한 균형을 찾는 게 좋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일상화를 의식해서인지 “나도 스마트폰 중독자 중 하나”라며 “딸의 단축번호가 기억나지 않아 아내한테 물어 본 적도 있었다”고 고백했다. “휴대전화는 점점 똑똑해지고, 뇌는 상대적으로 무디죠. 그렇지만 대화할 때 기술로 대체할 수 없고, 시험 볼 때는 기억력에 의존해야 합니다. 기술이 큰 도움을 주더라도 언제나 뇌를 훈련해야 하는 이유이지요.”
그는 “필요 없는 기억을 삭제해 새로 기억할 공간을 만드는 일이 한 번씩 필요하다”며 망각의 이점도 제시했다. 특히 공포감을 느끼게도 하는 나쁜 기억을 지우는 최고의 방법은 ‘용서’라고 조언했다.
“영어 단어 ‘용서하다’(forgive)와 ‘잊다’(forget)가 비슷한 건 우연이 아닙니다. 자신과 남을 용서할 수 있어야 나쁜 기억을 지울 수 있어요. 예수가 77번 용서하라고 한 건 처음 용서할 때는 너무 감정적이어서 완전한 용서가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감정을 지우고 진심으로 용서할 때 나쁜 기억도 사라집니다.”
중요한 결정엔 많은 정보가 필요 없다고 했다. “몇 해 전 일반투자자가 흥미로운 연구를 했어요. A그룹은 회사상태 매출 인적자원 등 40개 변수를 기준으로 투자했고, B그룹은 3가지 변수만 고려해 투자했는데, B그룹의 수익률이 더 좋았어요. 가장 효과적인 결정이라는 건 제한된 집중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내리는 겁니다.”
세 번째 방한한 카츠는 한국말로 “한국을 사랑합니다”라며 한국에 남다른 애정을 표현하기도 했다. 신간의 주인공도 한국인(박미선)이며 제망매가, 세종대왕, 팔만대장경 등도 소재로 등장한다.
“이스라엘에 한국의 지혜를 소개하고 싶었어요. 이번 책이 이스라엘에서 베스트셀러에 올라 많은 이스라엘 독자가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됐죠. 어떤 사람은 이미 한국으로 가는 항공편을 예약했다고 하는데, 한국 관광당국으로부터 로열티 좀 받아야 하지 않을까요?”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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