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문주란(63)을 모르는 올드 팬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14세에 가수로 발탁돼 1년 뒤 앨범을 내고 가요계에 입문해 ‘동숙의 노래’, ‘공항의 이별’, ‘남자는 여자를 귀찮게 해’ 등 숱한 히트곡을 내면서 1960~70년대 최고의 가수로 군림했다. 그런 그가 데뷔 45주년을 기념해 처음 대형 콘서트를 갖는다. 다음달 1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을 시작으로 전국투어콘서트 ‘문주란 끝이 없는 길’을 찾아 나서는 것이다.
콘서트에 앞서 28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진 문주란은 “활동을 많이 하지 않아 대중의 기억에서도 멀어지고 있을 것”이라며 “나 자신도 이번 공연을 통해 가수로서 스스로에게 점수를 매길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1966년 ‘동숙의 노래’로 데뷔한 문주란은 47년간 가요계에 몸담아 왔지만 2년전 45주년을 챙기지 못한 게 못내 아쉬웠다고 했다. 첫 대형 콘서트를 기획한 이유다. “인기는 흘러가는 구름과 같은 것 아닌가요. 더더욱 중년 가수들이 설 수 있는 무대가 사라지면서 본의 아니게 물러서게 되고, 밀려나는 듯한 느낌에 관두고 싶은 마음도 생기게 되죠. 의식적으로 숨게 되는 경향도 있었어요.”
그는 중견 가수들이 열정은 있지만 이를 발산할 기회조차 없다는 현실을 말할 땐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무대가 몹시도 그리웠을 애틋함으로 비쳐졌다.
문주란은 사실 활동을 중단했던건 아니다. 경기 청평에 라이브 카페를 운영하며 주말에는 공연도 하고 팬들과 꾸준한 만남을 이어왔다. 그러다 MBC ‘토요일토요일은 즐거워’, ‘명랑운동회’등을 연출했던 신승호 전 MBC PD의 권유로 대중 앞에 다시 나서기로 결심했다. 그는 “‘아직 젊고 노래할 수 있다’는 신PD의 설득에 무조건 열심히 노래해 보기로 했다”고 웃었다. 세종문화회관과의 묘한 인연이 그를 이끈 측면도 있다. 72년 당시 서울 시민회관에서 열린 ‘MBC 10대 가수 청백전’ 무대에 섰다가 대형 화재로 목숨을 잃을 뻔했다. 2층 분장실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창문으로 뛰어내려 부상당했던 일은 평생 잊을 수 없는 사건으로 남아 있다. 41년만에 바로 그 무대에 서는 것이다. “가수로서 첫 데뷔무대도 시민회관이었는데, 정말 감회가 새롭다”는 말로 당시를 회상했다.
문주란은 가수 조용필(62) 덕분에 힘이 솟는다고 했다. “그는 나와 비슷한 시기에 활동을 했는데 요즘 ‘헬로’ 노래를 듣고 너무 좋았어요. 덩달아서 기분이 좋고 힘이 되고 있죠. 그래서 공연을 앞두고 용기도 생겼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무대가 적어 아쉽다는 게 솔직한 심정. “TV를 틀면 10대 아이돌이 나와 따라 부를 수도, 알아들을 수도 없는 노래를 부르곤 하죠. 중장년층의 추억을 위해서라도 우리가 설 무대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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