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소통에 대해 이상적인 훈수, 원론적 훈계, 정치적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어느 정부든 소통에 대한 논란은 집권 내내 회자되는 단골 소재 중 하나였다. 그런데 결론은 항상 불통이었다. 국민과 소통하겠다는 의지만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느 작은 마을에 공익을 내세우며 보상과 양보를 강요하는 것은 소통이 아니다. 평소 국민생활 속 문제에 공감하는 소통이 있었다면 그들은 공익을 위한 시점에 대화의 상대가 될 수 있다. 하지만 협상 테이블에서 만난 국민은 타협의 대상일 뿐이다.
향후 정부 소통은 소소한 일상의 문제에 초점을 둔 국민과의 생활 밀착형 소통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는 것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첫째 엇박자 소통을 경계해야 한다. 엇박자 소통이란 정부가 이상적인 의지를 표명하면서 행동은 지극히 현실적으로 하는 것이다. 최근 박근혜정부가 식품안전을 강조하면서 승격시켰던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행정 예고한 어린이 기호식품 품질인증 개정 고시는 어린이 컵라면에 대한 나트륨 기준을 600mg에서 1,000㎎ 이하로 완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안전하고 영양을 고루 갖춘 어린이 기호식품 제공을 위해 나트륨 기준을 고열량 저영양식품 기준과 동일하게 높여 영양 기준을 합리화했다는 설명이다. 고열량 저영양식품이란 어린이 식생활안전관리 특별법에 명시된 비만과 영양불균형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기호식품이다. 더욱이 보건복지부를 중심으로 나트륨 섭취를 줄이자며 국민에게 호소하고 통계청에서 아이들의 비만과 인스턴트 식품 섭취율을 조사해 문제점을 지적하는 현실과는 엇박자다.
둘째 창의적인 소통을 실천하는 것이다. 이는 국민의 삶 속에서 함께 만들어 갈 수 있는 새로운 문화 요소를 어떻게 사회문제에 투입시킬 수 있는가에 달렸다. 지난 3월 학교 폭력 문제에 대한 정부 소통의 핵심 어휘는 100만 화소 폐쇄회로(CC)TV 였다. 학교 폭력에 관한 대책과 방책을 알리는 것이 소통은 아니다. 학교의 사각지대가 문제라면 정책은 감시 카메라의 화질을 높이는 것이지만 소통은 어떻게 학교의 사각지대에 새로운 문화를 심고 그곳을 바꿔갈 수 있는지 국민과 함께 고민하고 실천하는 문화운동을 제공해 주어야 한다. 학생들과 대화하려는 자세로 사각지대를 바라보면 그곳은 감시의 대상이 아니라 관심의 공간, 창의적인 소통 공간이 될 수 있다.
셋째 문제의 본질에 접근하는 혁신적인 소통이 필요하다. 5월 31일이 금연의 날이다. 올해에만 40억여원의 예산이 금연을 홍보하는데 지출된다. 국민들은 청소년 흡연율이 세계 최고 수준인 우리 현실, 아이들의 첫 흡연 경험 시기가 평균 12.8세로 초등학교 고학년 때라는 결과에 암담해 하고 있다. 담뱃값 인상, 흡연경고 그림 도입도 중요하지만 더 시급하고 본질적인 소통은 국민이 발을 딛고 문제를 느끼는 현장에서 그것을 해결하려는 실천이다. 청소년 흡연 원인 중 하나는 초등학교 때부터 아이들이 드나드는 편의점을 통해 무차별적으로 노출되는 담배회사의 판촉활동이 한 몫을 하고 있다. 예산을 투입해 새로운 광고를 만들고 신문 몇 면에 기사가 몇 건이 게재되는지, 광화문 거리에서의 이벤트를 고민하기 보다 초등학교 주변 스쿨존 내의 편의점 단 한 곳에서 만이라도 담배 판촉 대신 어린이들에게 담배의 위해성을 알리는 소통에 예산을 지원하고 이를 실현해 주는 것이 국민에게 더 큰 공감을 줄 것이다.
광고와 유명인을 통해 정책을 전달하는 소통관행에서 과감히 벗어나 국민이 주인공이 되는 작은 생활 밀착형 소통이 그래서 중요한 것이다. 국세청의 홍보대사는 대한민국 샐러리맨들이 되어야 한다? 여성가족부의 행사 진행은 경력단절 여성에게 기회를 주는 장이 되면 어떨까? 이런 발칙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국민행복을 알리고 싶다면 국민이 생각하는 행복이 무엇인지 듣고 기회를 주고 그 결과물을 차분히 공유해 나가는 기다림의 소통 철학이 중요하다. 불통이라는 비판을 두려워 말고 기본에 충실한 이런 실천이 오히려 정부 소통의 지름길이 될 것이다.
이종혁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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