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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생각하는 친구에게 어떻게 다가갈지 배울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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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생각하는 친구에게 어떻게 다가갈지 배울 수 있었어요"

입력
2013.05.27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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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기-물어보기-경청-전문가 연계 학생들이 시나리오 짜 역할극 수행친구에 '자살' 언급하게 하는 것이 자살예방 4단계 중 첫 단계"자살 위험자 직접 돕는 것은 위험 접근방식 잘못돼 비극 초래하기도"

"돌아가신 할머니가 너에게 중요한 분이었구나. 그래서 너 혹시 자살을 생각하고 있는거야?"

"응."

"혹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소개해줄게."

22일 오후 인천 영화관광경영고 2층 시청각실. 키득거리며 역할극을 진행하던 두 학생은 '자살'이라는 단어가 나오자 진지하게 자신의 역할에 몰입했다. 2시간에 걸쳐 자살예방 교육을 받은 이들은 배운 내용을 적절하게 집어 넣어 시나리오를 작성했고, 그 내용을 토대로 짧은 역할극을 하고 있는 중이다.

할머니의 죽음 이후 삶의 의욕을 잃고 자살을 생각하고 있는 학생과 이를 눈치채고 도움을 주려는 학생의 대화가 이들의 시나리오다. 이들이 참가한 프로그램은 한국자살예방협회와 제약업체 한국아스트라제네카가 공동으로 실시하고 있는 '영헬스-청소년 생명사랑 캠페인'의 하나인 '세이프토크(safeTALK)' 프로그램이다. 이날 프로그램에는 이 학교 또래상담 동아리 학생들과 자살예방에 관심을 가진 30명의 학생들이 참석했다.

1983년 캐나다에서 개발된 이 프로그램은 2011년 국내에 도입됐다. 청소년들은 부모나 교사보다 친구에게 쉽게 마음을 여는 등 또래 문화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자살 위험자의 주변 친구들이 자살 징후를 알아 채고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만들어진 것이 세이프토크다.

세이프토크 프로그램은 전국 274개교의 신청을 받아 추첨을 통해 20곳을 선정한 뒤 학교별로 최대 30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수업은 전문 교육을 받은 세이프토크 전담 강사들이 진행한다.

세이프토크에서 '토크(TALK)'는 자살 예방의 4단계를 의미하며 ▦자살에 대한 생각을 신뢰하는 사람들에게 말하기(Tell) ▦자살을 생각하고 있는 사람에게 직접 물어보기(Ask) ▦자살 위험자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기(Listen) ▦전문가에게 연계시켜 안전유지하기(Keep safe) 등으로 구성돼 있다. 자살 징조를 보이는 사람들과 관련된 동영상을 보고 난 뒤 각 단계별로 도움을 주는 방법을 전문강사로부터 배운다. 마지막에는 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직접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이 단계들을 적용하는 역할극을 실시해 체득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날 프로그램을 진행한 홍희정(48) 세이프토크 강사는 자살을 직접 언급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한국 사람들이 많이 하는 '죽고 싶다'는 말과 달리 '자살'은 자신이 명확하게 선택ㆍ결정해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직접 '자살'을 말하게 해 속내를 털어놓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홍씨는 "생명을 스스로 끊으려는 사람을 직접 돕겠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많은 이들이 자살을 고민하고 있는 사람을 선의로 도우려고 하지만, 접근 방식은 잘못된 경우가 많아 비극적인 결과를 막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홍씨는 "자살 위험자들은 반드시 비밀을 유지해달라고 요청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에 대한 약속을 무조건 지키는 것보다는 전문가들에게 연결시켜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자살'이라는 용어가 갖는 부정적인 의미와 입에 올리기조차 꺼리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자살 예방 교육은 쉽지 않았다. 불과 5~6년 전만 해도 자살 예방교육은 '생명존중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소극적으로 실시됐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자살을 드러내놓음으로써 사회적으로 자살에 대한 각성도가 높아지고 예방도 쉬워진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이날 프로그램 초반 '자살'이라는 말에 숙연해지던 학생들은 시간이 갈수록 쉽게 자살을 입에 올리게 됐다.

또래 상담에 관심이 많은 2학년 이하은(17) 학생은 "도움을 주고 싶었던 친구들에게 어떻게 다가갈지 어려움이 있었는데, 프로그램을 듣고 나니 어떻게 친구들과 대화를 진행하고 자살 등의 사고를 막을 수 있을지 배울 수 있었다"며 "앞으로 주변에서 자살이라는 불행한 사태가 생기지 않도록 돕고 싶다"고 소감을 말했다.

추원심(50) 영화관광경영고 전문상담교사는 "청소년기에 자살률이 높아지고 있어 자살 예방교육의 필요성도 점점 커지고 있다"며 "일방적인 교육보다는 학생들이 직접 교육을 받아 친구들을 돕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프로그램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학교 전체적으로 실시하는 교육보다 관심 있는 친구들이 직접 참여해서 배우는 것이 의미도 크고, 효과도 좋다는 것이다. 추 교사는 "프로그램에 참여한 아이들이 처음에는 적극적이지 않았지만,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동안 참여도가 높아지고, 집중하는 모습으로 바뀌는 등 장기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인천=안아람기자 onesh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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