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피난처에 세워진 페이퍼컴퍼니 가운데 발행주식이 1주짜리인 회사들이 속속 등장해 이들 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상적인 영업 활동이 아닌 다른 의도를 위해 세워진 회사여서, 회사 설립을 위한 최소한의 요건만 갖추기 위해 '1주짜리 주식회사'가 많은 것이라고 설명한다.
27일 뉴스타파에 따르면 조민호 전 SK케미컬 부회장이 등기이사로 등재된 '크로스부룩 인코퍼레이션'이라는 페이퍼컴퍼니는 발행 주식이 1주인 회사다. 특히 그 1주의 주주는 익명이다. 결국 주인을 알 수 없는 회사인 셈. 그런데 이 익명의 주주는 주식을 1996년 취득해 7년간 보유하다가 2003년에 조 부회장의 부인에게 처분했다. 이덕규 전 대우 인터내셔널 이사가 단독 등기이사 겸 주주로 돼 있는 '콘투어 퍼시픽'이라는 페이퍼컴퍼니도 발행주식이 1주에 불과하다. 앞서 명단이 공개됐던 조중건 전 대한항공 부회장의 부인 이영학씨가 세운 페이퍼컴퍼니도 마찬가지다.
사회책임투자 컨설팅업체 서스틴베스트의 백지영 지배구조팀장은 "페이퍼컴퍼니의 대부분이 주식회사 형태로 설립되는데, 발행주식 총수를 얼마 이상으로 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다"며 "다만 발행할 주식을 정관에 기재하게 돼 있어 1주를 써 넣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인형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어차피 실체가 없는 회사기 때문에 최소한의 요건만 갖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백 팀장은 "무액면주식(주권에 액면가액은 기재되지 않고 주식 수만 기재된 주식)을 발행할 수 있어 사실상 납입자본금 없이도 설립이 가능하고 조세피난처에는 이런 기업이 대부분"이라며 "실제 영업이 목적이라면 이런 식으로 설립하진 않았을 것이기 때문에 1주짜리 주식회사는 회사 설립 의도가 불법, 편법과 관련이 있는지 잘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