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인 한국의 연구진이 자살 예보 시스템을 세계에서 처음으로 개발했다. 자살률이 높아질 때를 포착, 위험군을 집중 관리하면 자살률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도관 교수팀은 소셜 미디어 분석업체인 다음소프트와 공동으로 자살 예보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27일 밝혔다.
이 시스템은 페이스북,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데이터 1억 5,000만여 건을 분석한 결과에 물가, 실업률, 주가지수, 일조량, 유명인 자살 등 이미 알려진 자살률 증가 요인을 더해 만들어졌다.
예보 수치를 실제 자살률과 비교한 결과 정확성은 79%에 달했다. 연구팀은 분석 방법을 더 정교하게 해 정확성을 90%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연구팀은 우선 자살률이 높아질 때 SNS 상에 일어나는 변화를 추려냈다. 2008년 1월부터 2009년 12월까지 살펴봤더니 자살이 늘어나면서 SNS에는 '힘들다' '자살' 등의 단어 사용량이 크게 늘어났다.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 탤런트 최진실 장자연 등 유명인 자살 후 이들 단어의 사용량은 최대 8배까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연구팀은 아직 데이터가 충분치 않기 때문에 며칠 뒤나 몇 주 뒤의 자살률을 전망할 수는 없지만 자살 예보치의 상승세가 수 일째 지속되는 패턴이 보이면 자살주의보, 자살경보 등을 발령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김도관 교수는 "'겨울철 한파주의보가 내려지면 두꺼운 옷을 입는데, 왜 자살자가 많은 한국에서는 자살 위험을 예보하는 시스템이 없느냐'는 한 고등학생의 질문을 받고 이 연구를 시작했다"면서 "국가 차원에서 이 시스템을 적극 활용하면 자살률 1위 국가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 연구 결과를 담은 논문은 최근 미국공공과학도서관에서 발행하는 온라인 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에 실렸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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