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특사인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대화의 의지를 밝힌 것과 관련, 중국 언론들이 긍정적 신호로 대서특필한 반면 북한은 이를 전혀 보도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차이는 양국의 입장이 그만큼 엇갈리고 있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최 총정치국장이 23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류윈산(劉云山)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과 만난 사실을 하루가 지난 24일에야 보도했다. 통신은 류 상무위원이 대를 이어 양국 친선을 강화할 것을 언급하자 최 총정치국장이 "북중 친선을 발전시켜 나가려는 것은 북한 노동당의 변함없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는데 초점을 맞췄다.
이는 중국 매체들이 전날 류 상무위원이 6자회담을 하루빨리 재개해야 한다고 촉구하자 최 총정치국장이 "(북한은) 중국의 건의를 받아들여 각국과 대화하길 희망한다"고 언급한 부분에 방점을 찍어 보도한 것과 크게 차이가 난다. 조선중앙통신은 6자회담과 관련해서는 "쌍방이 한반도 정세와 상호 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만 표현했다.
양국 언론은 특사의 목적에 대해서도 차이를 보였다. 중국 언론들은 최 총정치국장이 방중 목적을 "북중 관계를 개선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한 반면 조선중앙통신은 최 총정치국장이 "김정은 동지의 특사로 중국을 방문한 것에 대해 언급했다"고만 보도했다.
이 같은 차이를 두고 외교가는 핵문제와 관련해 강경 대응으로 일관해 온 북한이 중국의 압박에 손을 드는 모양이 된 것을 그대로 전달하는 게 부담스러웠을 것으로 설명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이날 1면 하단에 최 총정치국장이 전날 베이징 경제기술개발구를 방문한 소식을 사진과 함께 실으면서도 류 상무위원과 회동한 사실은 아예 다루지 않은 것도 이러한 해석에 힘을 싣는다. 북중 관계 개선을 위해 방중했다고 얘기하는 것은 거꾸로 북중 관계가 그 정도로 악화했다는 것을 자인하는 꼴이 된다. 이 때문에 차후 협상을 염두에 둔 전략적 침묵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북중간의 여전한 의견 대립을 드러낸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한 대북 소식통은 "두 사람이 의견차를 전혀 좁히지 못한 가운데 양국 매체들이 아전인수격의 해석으로 전혀 다른 보도를 한 것일 수 있다"며 "북중간 괴리가 그 만큼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신호"라고 지적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