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속어를 다룬 책은 십중팔구 그 말을 쓰지 말라는 이야기를 한다. 그런데 비속어를 사전식으로 풀이해 놓은 이 책은 비속어를 나쁘다고도, 쓰지 말라고도 하지 않는다. 학창시절 욕쟁이였다는 고등학교 국어교사 5년차 저자는 비속어가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쁘기는커녕 우리 삶을 말랑말랑하게 해주는 촉매제로 여긴다. 그래서 그는 '비속어'라고 하지 않고 책 제목대로 'B급 언어'라고 부른다. 이래 놓고 보니 갑자기 비속어에서 '강남스타일' 같은 매력이 느껴진다. 이런 유연한 사고방식을 가졌지만 직업의식을 버리기는 어려운 건지, 적당히 용법만 알고 잘만 쓰면 될 비속어를 '쓰려면 의미를 잘 알고 써야 한다'며 70여개 말의 뜻풀이를 해놓았다. 그런데 그냥 사전처럼 생각하면 오산이다. 비속어가 쓰이는 배경을 짚어줄 때는 사회비판의식이 묻어나고, 그 말을 뜻도 모르고 입에 올리는 아이들을 묘사할 때는 교사로서의 사랑이 엿보인다. 기왕이면 이렇게 바꿔 쓰라고 제시한 대체어는 무릎을 치게 만든다. 'B급 언어'에 젖어 사는 아이들은 물론이거니와 그게 무슨 말인지 알지도 못하면서 야단이나 치려 드는 어른들까지 두루 읽어서 좋을 책이다. 저자의 발랄한 글솜씨가 책장을 술술 넘기게 한다. 네시간ㆍ300쪽ㆍ1만5,000원.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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