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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끝나지 않을 모험… 그것은 바로 어른이 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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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끝나지 않을 모험… 그것은 바로 어른이 되는 일

입력
2013.05.24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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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은 어떻게 어른이 되어가는가? 영화로 더 잘 알려진 로 1992년 영연방 최고의 문학상으로 손꼽히는 맨부커상을 수상한 작가는 부터 까지 숱한 성장소설이 천착해온 질문을 다시 한번 던진다. 그리고 문제적 미성년들이 빚어내는 사건을 통해 인간의 평생을 관조하는 성장소설의 문법을 새롭게 써내려 간다.

작가는 소년의 일상이나 기억을 쫓아가는 연대기적 기술을 포기하는 대신 새롭게 창조한 시공간으로 인물들을 밀어 넣는다. 요리사와 기술자, 수의사를 포함해 600명 이상의 승객을 태우고 스리랑카 실론을 떠나 영국 런던으로 스물 하루 동안 항해를 계속하는 7층 규모의 오론세이호가 바로 그곳이다. 몇 년 전 부모의 이혼으로 외삼촌 손에 맡겨진 열 한 살짜리 소년 마이클은 수영장은 물론 감옥까지 딸린 오론세이호에 탑승하며 제 각각인 인물들을 접한다.

결코 길지 않은 여정에서 그를 성장으로 이끄는 인도자들은 각양각색이다. 이들은 오론세이호 식당의 가장 구석에 자리잡아 '고양이 테이블'이라고 불리는 76번 테이블에서 매일 식사를 하며 가까워진다. 배가 홍해를 거쳐 아덴만에 정박했다 다시 수에즈운하를 통과해 영국에 도착하는 삼 주간 마이클은 '고양이 테이블'에 앉은 아홉 명의 인물을 비롯해 배에 승선한 인물들의 인생으로 빠져들어간다. 사랑에 상처받고 몰락한 삼류 피아니스트 마자파와 재단사 구네세케라, 신비에 싸인 처녀 라스케티, 소녀 아순타, 남작 행세를 하는 도둑 C, 판사를 죽인 죄로 수감된 죄수에 이르기까지 마이클이 조우하는 인물들은 한결 같이 주변부로 밀려난 이들이다.

마이클과 여정을 함께하는 친구인 라마딘과 캐시어스는 매일 같이 화물실부터 터빈실, 갑판과 조리실, 일등실에 이르기까지 오론세이호라는 일종의 소우주를 누비며 생의 한 가운데로 조금씩 나아간다. 그런 세 친구의 일생을 관통하는 체험은 '파도가 칠 때마다 마치 배가 산산조각 날 것 같은 소리가 들리던' 어느 날 밤 배 갑판에서 일어난다.'대재난 감상'에 나선 마이클과 캐시어스는 뱃머리 근처에 눕고, 둘을 라마딘이 밧줄로 동여 맨다.

폭풍우가 가고 일생일대의 모험을 경험한 이들은 생에 최초로 죽음과 사랑을 목격한다. 개에게 물려 죽은 백만장자 핵터의 시신이 수장되는 장면을 목격하고 사촌 에밀리를 향한 스스로도 알지 못했던 풋사랑을 느끼기며 마이클은 자신의 일생을 지배할 가르침과 만난다. '그렇게 해서 우리는 인간적인 교감을 나누지도 못하고 그저 스쳐갈 뿐인 낯설고도 흥미로운 사람들로 인해 삶에서의 사소하지만 중요한 것들이 확장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다.'

여정이 끝났을 때 그들에게 남은 건 추억과 이별로 조합된 아련함과 어른이 되기 위해서라면 누구나 한바탕 토해내야만 하는 쌉쌀한 슬픔이다. 서른 살 나이에 세상을 뜬 라마딘과 화가가 돼 오론세이 호에서 보낸 나날들을 작품으로 그려내고 있는 캐시어스, 대부호와 사랑에 빠졌던 라스케티의 비밀, 죄수를 탈출시키기 위해서 오론세이호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에 동참한 에밀리의 이야기가 교차하며 이야기는 종장에 이른다.

수십 년이 지나서야 사건의 전말을 파악하고 인생의 비의를 알아챈 주인공은 고백한다. '하나의 사건이 어떤 손상을 입혔는지, 그리고 어떤 영향력을 미쳤는지가 드러나기까지는 평생이 걸린다.'삶이라는 항로를 향해 이제 막 돛을 올린, 한 소년의 오디세이를 시적 언어와 상징으로 포착해낸 수작이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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