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로 개통 1주년을 맞는 경인아라뱃길(경인운하)이 애물단지가 돼가고 있다. 당초 우려했던 대로다. 지난 1년간의 운영 성과는 수치를 적시하기 부끄러울 정도다. 컨테이너와 일반 화물 가릴 것 없이 물동량이 예상치의 10% 수준에 불과했다. 2개의 터미널이 있지만 이용하는 화물선이 없어 부두가 텅 비는 일도 벌어진다. 관광객 숫자도 기대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한계에 이른 수도권의 물동량을 분산하고 관광과 레저가 결합한 신개념의 물류ㆍ레저 공간을 선보인다'는 거창한 목표는 명분에 불과했다는 게 드러났다.
아라뱃길의 초라한 성적은 이명박 정부가 철저한 타당성 조사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때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주변에 공장 등 생산기지가 없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많았으나 일자리 2만5,000개 창출, 생산유발 효과 3조원이라는 장밋빛 전망에 묻혀버렸다. 국내 첫 내륙 뱃길이어서 관광을 겸한 여행객들이 몰릴 것이라고 큰소리 쳤지만 사방이 콘크리트로 둘러싸인 곳에서 뱃놀이를 즐기려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다.
수질오염 등 환경 문제도 심각하다. 지난 1월 조사에서 물놀이를 할 수 있는 기준을 20배나 초과한 총대장균군이 검출됐다. 악취가 나고 물 색깔도 검게 보인다고 한다. 수도권매립지에서 배출되는 침출수가 수질오염과 악취의 원인이라는 게 환경단체들의 주장이다.
더 큰 문제는 아라뱃길의 앞날이 별로 나아질 전망이 없다는 점이다. 건설비로 2조3,000억 원의 예산이 들어간 데 이어 운영비 등으로 매년 수백억 원이 추가로 필요하다. 향후 경제성 분석 결과에서도 비용편익비율이 0.17로 매우 낮았다. 아라뱃길을 연착륙시키기 위해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와 학계, 환경단체 등이 참여해 의견을 수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무리한 국책사업 실패와 예산낭비가 되풀이되지 않기 위해 사업 추진 과정을 철저히 조사하고 책임 소재를 가리는 조치도 뒤따라야 한다. 정권이 여론을 무시하고 자의적으로 대형 사업을 밀어붙이는 일이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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