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좀 먹는 전관예우 관행, 공직 사회에 만연한 고질적 부패의 고리 중에서도 특히 로펌 권력을 겨냥한 책이다. 한국일보 법조팀 기자들의 취재ㆍ토론의 결과물인 는 로비 기업으로 변하고 있는 대형 로펌들의 실태와 고액 연봉을 받으면서 인맥을 동원해 청탁을 서슴지 않는 전관들의 부끄러운 자화상을 고발한다. 좀처럼 노출을 꺼려하는 로펌의 폐쇄적 환경 때문에 취재를 위해 김앤장, 태평양 등 6대 로펌의 공직자 출신 현황을 전수 조사하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조사에 따르면 국내 6대 로펌에 소속된 직원 5명 중 1명 꼴로 법관이나 검사 출신이었으며, 10명 중 1명이 부장판사나 부장검사급 이상의 간부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관 예우가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전관 인프라로 무장한 '로펌 불패 신화'가 사회 정의를 구현하는 데 장벽이 되고 있다며 엄중한 사회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대형 로펌에서 돈과 명예를 누리다 다시 공직으로 리턴하는 이들이 늘면서 그 장벽은 더 공고해지고 있다. 책은 관련된 주요 인사의 명단과 행적까지 자세히 공개했다.
로펌으로 건너 간 전관이 고액 연봉을 받는 시기는 현직에 청탁이 통하는 시기까지다. 1년 남짓한 전관예우 기간이 끝나면 연봉의 뒷자리 '0'이 한 개가 줄어드는데, 전관이 살아남는 구차한 행태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책은 외국의 전관 활동 감시를 제시하고 퇴직 후 투명하게 공직자들이 자신의 수임 내역과 수입을 공개하도록 만드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한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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