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중국을 방문 중인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23일 "각국과 대화를 희망한다"고 밝히면서 2008년 12월 이후 중단된 6자회담이 재개될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룡해의 이날 발언은 류윈산(劉云山)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이 6자회담 재개 필요성을 강조한 데 따른 답변 형식으로 나왔다. 특히 최룡해는 중국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대화와 협상을 강조해 온 점을 이례적으로 높이 평가했다. 중국이 6자회담 의장국인 점을 감안하면 최룡해의 발언은 북한의 6자회담 복귀 의사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입장은 북한이 그 동안 한국, 미국 등 주변국의 거듭된 대화 제의에 '대북 적대시 정책을 포기하지 않으면'이라는 단서를 달며 먼저 행동에 나서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 것과 큰 차이가 있다. 따라서 일부 전문가는 북한의 입장 변화를 6자 회담 재개 가능성으로 연결해서 해석하고 있다. 조봉현 IBK 기업은행 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믿었던 중국 마저 대북 압박에 동참하면서 당황한 북한으로서는 '대화에 나서겠으니 중국이 중간에서 다리를 놔 달라'는 뜻으로 한 발언 같다"며 "이런 상황이라면 6자회담 재개도 얼마든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북한은 지난 2월 3차 핵실험 이후 부쩍 '핵 보유국' 지위를 강조해왔고 최근에는 '핵 무력-경제건설 병진 노선'을 핵심 정책으로 공식 채택했다. 따라서 6자회담의 목표인 비핵화를 북한이 쉽게 받아들이는 상황은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북한은 1994년 제네바 합의 이후 20년간 비핵화를 담보로 온갖 경제적 이익을 누려왔지만 국제사회가 이 같은 악순환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며 벼르고 있어 북한이 6자회담의 틀 속에서 예전과 같은 재미를 보는 것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북한이 6자회담 보다는 지난해 2ㆍ29합의 같은 북미 양자대화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식량 지원의 반대급부로 도발위협을 일정수준 양보하는 방식이다. 북한은 최근 일본과의 대화를 재개한 만큼 대화 파트너는 일본 혹은 남북관계의 진전에 따라 한국이 될 수도 있다.
다만 북한이 국제적 고립에서 탈피하기 위해 대화 의지를 전향적으로 밝히는 선에서 최악의 위기를 무마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북한은 자신들이 트러블 메이커가 아니라 대화 의지가 있다는 점을 중국, 미국에 알리고 싶은 것으로 보인다"며 "지금의 '강대 강' 상황은 북한으로서도 원치 않는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역으로 북한이 한반도 정세를 또다시 자신들에게 유리한 국면으로 이끌기 위한 고도의 전술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당장은 북한이 대화에 나선다는 점에 주목해야겠지만 큰 틀에서 보면 북한이 그간 위협공세를 통한 강경기조뿐 아니라 향후 대화모드에서도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사정원기자 sj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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