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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액 계산 이미 포기… 파산만 기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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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액 계산 이미 포기… 파산만 기다려"

입력
2013.05.23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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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50일이 흘렀다. 개성공단 통행차단조치가 내려져 조업중단이 시작된 지 22일로 50일째다.

개성공단에서 섬유업체를 운영했던 A대표는 23일 본지기자에게 "여태껏 10원 한푼 피해보상을 받은 게 없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직원들의 4월 월급으로만 5,000여만원이 필요했다"며 "당장 그 돈도 없어 월급을 못 줬는데 이번 달 월급일 까지 다가와 막막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현재 대부분 입주기업들은 전기료 수도료 임대료 등이 밀려 있는 상태로, 피해보상은커녕 급전마저 없어 사실상 부도의 날만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의류업체 B사 대표는 "개성공단에 현재 100억원치의 물건이 묶여 있다"며 "납품계약 불이행 등 직간접 누적피해액은 최소 150억원이 넘고 시간이 흐를수록 더 불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더 이상의 피해액을 따지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판단해 이번 주부터 피해액을 계산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입주기업들은 하나같이 "이미 파산 마지노선을 넘어섰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부도신청을 한 기업은 한 곳도 없지만, 규모가 큰 업체 5~6곳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식물기업 상태라는 것. 그럼에도 6.15 남북공동선언일을 전후해 어떤 형태로든 공단이 정상화될 수 있다는 실낱 같은 희망을 품고, 하루하루 힘겹게 연명하고 있다.

23일 현재 협회가 추산한 입주기업의 직접 피해액은 2조8,00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원청업체의 손해배상청구, 5,800여 협력업체의 연쇄도산까지 이어진다면 피해액은 5조~6조원까지 늘어난다. 공장을 운영하지 못해 발생한 기회손실까지 따지면 피해액은 10조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탁상행정만 이어가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긴급자금지원이라는 명목으로 정부와 금융권이 각종 지원책을 내놓았지만 말이 좋아 자금지원이지 결국 대출을 받아 급한 불이나 끄라는 것 아니냐"고 성토했다. 또 이달 초 통일부가 기업들에게 피해실태 신고서를 작성해 제출하라고 요구했지만, 21일 기준 신고서를 제출한 기업은 123개 업체 중 단 59곳에 불과했다. 신고서 작성 시 미반입 물자, 각종 미수금 증빙을 위해 준비해야 하는 서류만 30가지가 넘는 등 신고서 작성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입주기업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정부는 지난 20일 부랴부랴 신고서 작성 설명회를 열었지만, 정작 현장에서 정부는 "이번 실태조사는 추후 피해보전과 관련이 없다"고 말해 입주기업들은 또 한 번 분을 삭여야 했다.

참다 못한 입주기업들은 거리로 나갈 태세다. 개성공단 정상화 촉구 비상대책위원회는 23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촉구대회를 열고 "오는 30일 방북을 목적으로 정부에 입주기업 관계자 258명의 명단을 넘겼다"며 "이번 방북신청이 무산될 경우 거리로 나가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박주희기자 jxp93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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