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민영화를 진두지휘 할 ‘이순우호(號)’가 출범한다.
23일 우리금융지주 송웅순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 위원장은 서울 종로구 중학동 우리카드 본사에서 “이순우 우리은행장을 차기 회장으로 내정했다”고 발표했다. 송 위원장은 “이 내정자는 금융업 전반에 대한 폭넓은 경험과 역량을 바탕으로 우리금융의 현안을 슬기롭게 해결하면서 가장 큰 현안인 민영화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것”이라고 내정 배경을 설명했다. 이 내정자는 우리은행장도 겸직하기로 했다.
이 내정자는 24일 이사회와 다음달 14일 임시 주주총회를 거쳐 회장으로 공식 추대될 예정이다. 이로써 금융당국의 우리금융 민영화 로드맵에도 첫 단추가 꿰어졌다.
수많은 경쟁자를 물리치고 이 행장이 회장으로 낙점된 것은 우리금융 민영화를 이끌 최적의 인물로 평가 받았기 때문이다. 우리금융 민영화는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직(職)을 걸고 정권 초기에 추진하겠다”고 할 만큼 시급한 사안이다. 이런 상황에서 회장을 뽑고 행장을 다시 뽑으면 최소 두 달은 허송세월 해야 할뿐만 아니라 이 과정에서 회장과 행장 간, 회장과 노동조합 간 불협화음이 나올 수도 있다. 자칫하다간 금융당국의 최우선 과제인 연내 우리금융 민영화가 지체될 수 있다는 정부의 우려와 “민영화를 조속히 추진할 것이며, 자리ㆍ임기 욕심 없다”는 이 행장의 메시지가 맞아 떨어진 것이다.
우리금융의 새 수장이 정해짐에 따라 정부의 우리금융 민영화 추진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우리금융 민영화 3대 원칙은 ▦조기민영화 ▦공적자금(12조8,000억원) 회수 극대화 ▦금융산업 발전 등이다. 이 행장 역시 내정 직후 이 세 가지 원칙을 언급하며 “기업가치 극대화를 위해 지주회장의 권한을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에게 이양해 책임경영 체제를 만들고, 계열사 간 시너지를 높이는 등 선진화된 지배구조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민영화 방식에 대해선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 이 내정자는 “(KB지주와의 합병 가능성에 대해선) 아직 합병에 대해 걱정할 때는 아닌 것 같고, 구체적인 방식에 대해선 내정자 신분이라 말할 단계가 아니다”라며 “민영화 방안이 확정되면 그때 가서 고민해 보겠다”고 밝혔다.
금융당국 역시 민영화 방식에 대해 “경영권 일괄매각, 자회사 분리매각 등 국민주 방식을 제외한 모든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입장이지만, 금융권에서는 결국 KB금융이 우리금융을 인수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을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생각이다. 우리금융을 인수한 뒤 KB금융 회장이 합병 지주회사의 회장을 맡고, 민영화 종결 시점에 맞춰 이 내정자는 회장직에서 물러나지 않겠냐는 것이다. 이 내정자는 기자회견에서도 “제 회장직이 민영화에 걸림돌이 되면 임기와 상관없이 언제든 자리를 내려놓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여전히 과제도 남아 있다. 정부와 발걸음을 적극적 맞추겠다고 공헌했지만, 합병 협상과정에서 대대적인 인력 구조조정 등의 상황에 놓이게 되면 이 내정자가 아무리 노동조합과 사이가 좋더라도, 정부와 조직 간 입장조율을 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팔성 회장의 사의 표명과 민영화 추진 등으로 지연됐던 복잡한 내부 현안들도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 금호종금의 자회사 편입, 우리아비바생명의 지분 인수, 미국 LA한미은행 인수 여부 결정 등이 줄줄이 대기 상태다. 하나같이 민영화 과정에서 우리금융의 가치를 높이는 것과 직결돼 있는 만큼 이 내정자가 소홀히 할 수 없는 사안들이다. 이 내정자는 “계열사 확대나 해외 진출 등이 그룹의 가치를 증대시키는데 도움이 되면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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