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본색'이 드러나고 있다. 류현진(26ㆍLA 다저스)이 메이저리그 데뷔 후 최다 이닝을 소화하며 지난 4월3일 첫 승 이후 불과 51일 만에 시즌 5승(2패)째를 수확했다. 류현진은 23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 밀러파크에서 열린 밀워키와의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 7.1이닝 동안 6안타 2볼넷 2실점으로 호투하며 팀의 9-2 승리에 앞장섰다. 종전 최다 이닝 투구는 승패 없이 물러난 4월26일 뉴욕 메츠전에서 던진 7이닝(1실점)이었다. 11일 만에 승수를 보탠 류현진은 에이스인 클레이튼 커쇼와 팀 내 다승 공동 1위로 어깨를 나란히 했다. 10경기 만에 5승을 거둔 류현진은 약 30경기 가량 등판한다고 볼 때 산술적으로 15승 이상도 바라볼 수 있다. 투구 수 108개 가운데 70개를 스트라이크로 꽂은 류현진은 평균자책점도 종전 3.42에서 3.30으로 낮췄다.
'한국산 괴물' 이닝이터로 부활하다
류현진은 6회 밀워키의 주포 라이언 브론에게 좌월 솔로포를 얻어맞았으나 삼진 4개를 솎아내고 땅볼 11개를 잡아내며 밀워키 타선을 봉쇄했다. 직구 최고시속은 92마일(약 148㎞)에 그쳤지만 철저하게 맞혀 잡는 피칭으로 두 차례나 병살타를 유도했다. 지난 18일 애틀랜타전에서 제구 난조로 시즌 최소 이닝(5이닝)만 소화하고 강판한 류현진은 올 시즌 가장 긴 이닝 동안 마운드를 지키고 투구수 100개를 넘기면서 자존심을 회복했다. 하이라이트는 5회였다. 공 4개로 아웃카운트 3개를 잡고 투구 수 조절에 성공했다.
류현진은 앞선 9경기에서 총 55.1이닝, 경기당 평균 6이닝 가량을 던졌다. 데뷔전부터 지난 12일 마이애미전까지는 8경기 연속 6이닝 이상을 던져 다저스 팀 역사상 최다기록 타이를 세우기도 했다. 그러나 18일 애틀랜타전에서 불과 5이닝만에 공 100개를 던지고 교체되면서 돈 매팅리 감독이 처음으로 쓴 소리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투구로 매팅리 감독의 신뢰를 다시 얻게 됐다. 류현진은 국내프로야구 7시즌 동안 190경기에 등판해 1,269이닝, 경기당 평균 6.2이닝을 던진 '철완'이다. 27경기나 완투했고 완봉승도 8차례 달성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처음으로 8회까지 오르며 '반쪽 선발'이 아님을 입증한 의미 있는 경기였다.
한화 타선과는 다르다
다저스 타선이 대거 5점을 뽑아 6-0으로 앞선 2회말 마운드에 오른 류현진은 선두 카를로스 고메스에게 좌전안타를 맞았으나 유니에스키 베탄코트의 중전 안타 때 중견수 맷 켐프의 정확한 송구 덕분에 3루에서 주자를 잡아 한숨을 돌렸다. 나머지 아웃카운트 2개를 땅볼로 잡아내며 실점 없이 이닝을 마쳤다. 타선 지원은 심리적으로 투수의 피칭에 큰 영향을 미친다. 다저스는 이날 경기 전까지 경기당 3.34점으로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가운데 29위에 머물러 있었지만 류현진이 마운드에 있는 날은 달랐다. 류현진은 이날 경기를 포함해 경기당 5.22점의 득점 지원을 받고 있는데 다저스 선발진 가운데 단연 1위다. 한화 시절 류현진은 경기당 2.96점의 지독한 불운에 시달린 고독한 에이스였다. 미국으로 건너가 두 배 가까이 늘어난 득점 지원이다. 커쇼가 경기당 2.3점으로 메이저리그 선발투수 가운데 최하위, 다저스 선발진이 평균 경기당 3.5점의 득점지원을 받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류현진에게 운도 따르고 있는 셈이다.
한편 류현진은 이날 3연타석 삼진으로 물러나는 등 4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시즌 타율은 2할3푼8리(21타수 5안타)로 낮아졌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는 경기 후 "2억 달러가 넘는 기록적인 팀 연봉에 걸맞지 않은 성적을 내는 다저스가 돈 매팅리 감독의 경질설마저 나도는 이때 류현진을 '최후의 보루'로 삼아 승리했다"고 전했다. 미국 일간지 LA 타임스도 "경쟁력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어 팀 내에 풍파가 일던 때 다저스가 잠시 안도감을 얻었다"고 평가했다.
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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