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주재 우리 공관에 대한 현지 재외국민들의 불만과 원성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해외여행 중 동포들을 만나보면 하나같이 "대사관의 담장이 너무 높다""공관원들이 고압적이고 불친절하다"고 성토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21일 재외공관장 간담회에서 "앞으로 재외공관이 본국 손님을 맞는 일보다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야 한다"고 강도 높게 지적한 배경엔 바로 이 같은 재외공관들의 낮은 서비스 실태가 자리하고 있다.
재외국민에 대한 공관들의 서비스 질이 낮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박 대통령도 지적했듯 공관원들의 본국 손님맞이 부담이다. 본국서 오는 국회의원이나 정부 고관 등 요인에 대한 의전과 뒤치다꺼리가 보통 일이 아니다. 공식일정 주선과 안내는 주재원의 업무에 속할 수 있지만 공항 영접과 환송, 쇼핑ㆍ관광, 술자리 접대까지 도맡는 경우가 흔하다. 공관원들에게 본국의'높은 분'들은 대개 승진과 보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갑(甲)의 지위인 탓에 극진히 모시지 않을 수 없다. 공관원들이 엉뚱한 곳에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니 재외국민들에겐 소홀할 수밖에 없다.
또 다른 요인은 아프리카 남미 등 제3세계국 주재 공관에 주로 해당하는 것이지만 공관원들의 열의 부족이다. 이런 지역의 공관원들은 근무 연한만 채우고 여건이 좋은 자리로 옮겨갈 궁리에 바빠 재외국민 서비스나 현지상황 이해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고 한다. "열심히 일하면 이곳에 남게 된다"며 현지어를 배우고 적응하는 노력을 일부러 소홀히 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면서 정작 자신들이 보호하고 서비스를 해야 할 재외국민들에겐 고압적인 갑(甲)으로 군림한다.
결국 박 대통령이 강조한 맞춤형 영사 서비스나 재외공관의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재외 공관원들의 의식 전환 못지 않게 본국'높은 분'들의 갑 행세 지양, 그리고 인사시스템 등 제도적 개선이 뒷받침 돼야 한다. 해외출장 시 재외공관의 과도한 의전과 접대를 금지하는 규정도 필요하다. 이번 재외 공관장회의를 계기로 재외국민들의 원성을 샀던 구태들이 사라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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