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을 집에 놓고 왔더라도 휴대폰만 있다면 결제할 수 있는 세상이다. 스마트폰 속에 넣어둔 신용카드를 이용하면 되기 때문이다.
'손 안의 지갑'이라고 불리는 모바일카드가 미래의 주요 결제수단이 될 것이란 전망이 확산되면서, 카드사들의 주도권 다툼이 본격화하고 있다. 모바일카드 전용 인식 기계에 스마트폰을 가져다 대면 결제가 이뤄지는 유심(USIM)형 모바일카드가 고가의 리더기 때문에 보급이 주춤한 틈을 비집고 앱(App)형 모바일카드가 나오면서부터다.
22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신한카드가 업계 최초로 내놓은 앱형 모바일카드는 출시된 지 3주 만에 10만6,000여명이 다운로드 받아 설치했다. 하나SK카드와 비씨카드가 유심형 모바일카드로 시장을 선점한 가운데, 신한카드 등 나머지 카드사들이 공동으로 새로운 유형의 모바일카드를 개발하면서 시장 판도를 흔들고 있는 것이다.
앱형 모바일카드는 신한카드를 비롯해 삼성카드, KB국민카드, 현대카드 등 4곳이 공동 작업을 통해 올 초 공통규격 개발을 완료했고, 뒤이어 농협카드와 롯데카드가 상용화 사업에 동참하면서 총 6개사가 공동으로 앱형 모바일카드를 미는 양상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앱 카드는 장점이 많아 향후 모바일카드 시장을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 편의점, 대형 마트 등 바코드 리더기가 있는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어 전용 리더기가 필요한 유심형 보다 결제 가맹점이 많다. 업계는 유심형 전용리더기가 6만~7만 곳에 설치돼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신용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 가맹점이 250만 곳인 것을 감안하면 유심형 카드의 사용이 극히 제한적임을 알 수 있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유심형 전용 단말기의 가격이 만만치 않아 그 동안 모바일카드가 확산되는 데 한계가 있었다"며 "반면 바코드 리더기는 유통점, 프랜차이즈점을 중심으로 상당수 보급돼 있고 가격도 3만원 선으로 싼 편이라 보급이 쉽다"고 설명했다.
아이폰 사용자가 이용할 수 있다는 점도 주목 받는 부분이다. 유심형 모바일카드는 NFC기능이 있는 휴대폰만 서비스를 지원한다.
앱형 모바일카드의 이런 장점 때문에 유심형 모바일카드 보급에 심혈을 기울여 온 카드사들은 경계하는 눈치다. 모바일카드 시장에서 독보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하나SK카드는 관계자는"앱형 카드는 아직 시장 자체가 형성이 안 돼 있기 때문에 경쟁은 그 이후의 일"이라며 아직은 지켜보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비씨카드는 부랴부랴 앱형 모바일카드 개발에 나서고 있다.
유심형카드에도 앱형이 따라올 수 없는 장점이 있다. 스마트폰 전원이 꺼져도 결제가 가능하고, 단순 터치로 사용이 편리하다는 점이다. 앱카드는 앱을 실행시키고 비밀번호를 입력한 뒤 바코드를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결제가 번거롭다.
한편 4월 말 기준 모바일카드 발급 수는 하나SK카드가 72만장으로 가장 많고, 신한카드(54만장), 비씨카드(52만장) 등이 뒤를 잇고 있다.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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