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4주기인 23일 친노(親盧) 인사들이 대거 봉하마을을 찾는다. 5ㆍ4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내준 뒤의 사실상 첫 공식행보다. 폐족(廢族)에서 부활했지만 총선과 대선 패배 이후에는 패권ㆍ분열주의라는 낙인까지 찍힌 친노 세력이 성지(聖地)나 다름없는 봉하마을에서 다음 행보와 관련해 과연 어떤 결론을 내릴지 주목된다.
최근 친노그룹은 세력 자체가 크게 위축돼 있다. 민주당 내에 범(汎)친노 의원이 전체 127명의 3분의 1을 넘고, 당협위원장도 어림잡아 40%는 된다. 그런데도 5ㆍ4 전대에서 당권에 도전한 신계륜 의원은 컷오프 탈락했고, 윤호중 의원은 최고위원 경선에서 꼴찌를 했다. 친노 측 홍영표 의원은 "친노가 조직과 이해관계로 움직이는 계파가 아니라 가치를 지향하는 사람들임을 반증하는 것"이라는 반론을 제기했다.
하지만 이를 친노진영의 몰락으로 보는 이들은 거의 없다. 정치평론가 유창선 박사는 "상당 기간은 개인적 정치활동에 초점을 맞추겠지만 친노 정치인들이 민주당의 신주류와 함께 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결국 재결집을 통해 정치적 영향력 확대를 도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계기만 마련된다면 재기와 부활을 시도할 것이란 관측이다.
물론 친노의 재부활을 점치는 이들도 '이전과는 다른' 친노를 예상한다. 당장 친노진영 자체가 분화하고 있다. 좌장격인 이해찬 한명숙 전 총리는 이미 원로가 됐다. '노무현의 친구'이자 지난해 대선후보였던 문재인 의원, '노무현의 적자'로 통하는 안희정 충남지사 등은 홀로서기에 나섰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정계를 떠났고, 문성근 전 상임고문은 민주당을 탈당했다. 한 친노 의원은 "단순히 '노무현'이란 이름 아래 다시 뭉치는 친노는 앞으로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친노는 분화의 단계를 거치면서 새로운 구심점을 찾아 재결집에 나설 것이란 추론이 자연스레 나온다. 현재로서는 문 의원과 안 지사가 구심점으로 주목받고 있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독자세력화 흐름과 맞물려 문 의원이 보폭을 넓히면서 친노진영이 친문(親문재인)그룹으로 재편될 것이란 전망이 우선 제기된다. 안 지사의 경우도 내년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할 경우 곧바로 대권주자 반열에 오를 수 있다.
하지만 친노세력이 맹목적 헤쳐모이기에 매달린다면 희망이 없다는 반론도 없지 않다. 민주당 한 중진의원은 "친노 스스로 가치집단이라고 주장하지만 정작 그 가치가 현재는 무엇인지를 보여준 적이 없다"면서 "친문그룹이든 친안(親안희정)그룹이든 선명한 가치와 지향을 보여주지 못하면 또 다시 인맥에 따른 이합집산 이상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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