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랑이 1,000만원 짜리 그림을 팔 때 화가가 가져가는 돈은 얼마일까. 99%의 작가가 500만원을 가져간다. 상위 1%의 경우, 화랑이 VVIP 고객용 할인 등으로 작품을 싸게 판 경우에 한해 700만원을 가져간다. 화랑과 전속계약한 신인 작가의 경우 계약기간에 가격이 뛰어 거품이 끼어버리면, 계약만료 이후에도 그 가격을 고수해야 하는 미술계 관행 때문에 그림이 팔리지 않는 일도 생긴다. 화가들이 생활고에 시달리는 배경에는 이런 미술계의 구조적인 문제들이 숨어있다.
미술시장의 잘못된 관행을 바꾸고 작가들의 창작을 지원하기 위해 미술가들이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지난달 15일 서울시 인가를 받은 '룰루랄라 예술인협동조합'은 화가, 조각가 등 미술가들이 주축이 된 국내 최초의 예술인 협동조합이다. 이사장인 조각가 전미영씨는 "화랑의 수익금을 재투자하는 순환구조의 회사를 만들자는 아이디어가 나와 지난해 10월부터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 조합에는 1좌(10만원) 이상 출자 하면 조합원이 되고, 전시회 등 각종 행사에 참석할 수 있다. 현재 조합원은 민중미술운동을 펼친 작가 신학철, 주재환, 목판화가 이철수, 시인 송경동씨 등 60여명이다.
룰라랄라 조합이 22일부터 6월 9일까지 서울시청 시민청 지하 2층 시민플라자에서 첫 전시 '멘붕 속에 핀 꽃'을 연다. 어이없는 사회적 상황, 사건(멘붕) 속에서도 사랑과 나눔, 희망을 갖자는 의미다. 60대부터 30대 신진작가까지 40여명이 회화, 판화, 조각 등 100여 작품을 선보인다. 전 이사장은 "미술시장에 거품을 빼자는 의도로 작가들이 회화 100만원, 조각 200만원이하의 작품을 출품하기로 했다"며 "작가가 직접 작품 설치를 하면서 전시회 비용을 줄이고 동료 작가, 작품을 직접 만나는 계기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개막일인 22일에는 신학철, 이철수, 이인철, 김기호, 신호윤, 천호석 등 미술인 20여명이 전시장에서 함께 그림을 걸며 이야기를 나눴다. 창립전의 판매 수익금 배분 비율은 7(작가)대 3(조합)으로 조합은 수익금을 다음 전시 기획, 웹진 발행 등에 쓸 계획이다.
전 이사장은 "미술작품은 작품과 가격대가 맞지 않거나 작가 정신이 너무 투철해 대중성이 적을 때 팔리지 않는다"며 "그래서 창립전 이후 팔리지 않은 작품을 모아 '짚신도 짝이 있다' 전시도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룰루랄라 전시는 당분간 서울시청 지하에서 열 계획이다. 자체 전시공간인 화랑을 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조합원 기금과 수익금이 모이면 전용 전시장부터 알아 보겠다고 한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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