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14일 이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후보 8명이 확정됐다. 당초 선거판에 돌풍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됐던 개혁파 아크바르 하셰미 라프산자니 전 대통령이 후보 심사에서 탈락하고 그 자리를 보수파 인사들이 장악하면서 변화에 대한 기대가 일찌감치 꺾인 분위기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지지했던 에스판디아르 라힘 마샤에이 전 대통령 비서실장도 탈락,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 지도자를 중심으로 하는 보수 기득권층의 집권이 확실시 되고 있다.
이란 내무부는 21일 후보 686명 중 헌법수호위원회의 적격 심사를 통과한 8명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8명 가운데 사이드 잘릴리 이란 핵협상 수석대표를 포함해 5명은 하메네이 진영의 강경보수파 인사들이다. 나머지는 중도보수 2명, 개혁파 1명으로 구성됐다.
내무부는 라프산자니와 마샤에이가 왜 후보 선정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았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라프산자니가 78세로 너무 고령이라 탈락했다는 의견이 있지만 애초 신정체제에 비판적인 데다 기득권층을 위협할 강력한 후보인 그가 심사를 통과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하메네이가 임명한 성직자들이 주축을 이루는 헌법수호위원회는 이슬람교에 대한 충성도를 기준으로 후보 자격을 심사한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의 사돈이자 정치적 후계자인 마샤에이 전 비서실장도 평소 '종교의 정치 개입은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비쳐 하메네이의 눈 밖에 났을 것이란 의견이 우세하다. 마샤에이 전 비서실장은 이날 후보 탈락과 관련해 "부당하다"며 하메네이에게 항의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라프산자니는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외신은 라프산자니 출마 무산의 후유증이 상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1979년 이란혁명의 공신인 라프산자니는 1989~97년 대통령직을 수행하면서 이란의 경제개혁을 이끌었다. 지금도 변함없는 영향력을 과시하며 이란 중도∙개혁파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그가 대선에 나오지 않으면 보수 기득권층에 반감을 품은 유권자들이 선거 자체를 보이콧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AP통신은 라프산자니 지지자들이 벌써부터 인터넷 소셜미디어 등에서 그의 탈락을 맹렬히 비난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메네이 진영 후보 중에서는 알리 아크바르 벨라야티 최고지도자 외교고문과 모함마드 바케르 칼리바프 테헤란 시장, 잘릴리 최고국가안보위원회 사무총장이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하메네이는 아직까지 지지 후보를 거론한 적이 없지만 로이터통신은 그가 결국 잘릴리 사무총장이나 벨라야티 고문을 지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했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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