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VIP고객이 되려면 각 사별로 다르긴 하지만 보통 연간 2,000만~3,500만원을 구매해야 합니다. 그리고 VIP회원이 되면 전용 라운지는 물론 발레파킹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는데요, 무엇보다 5%의 추가 할인혜택과 직원들의 우대 서비스가 매력적이지요.
하지만 VIP 고객이라고 해서 행동도 모두 VIP 수준은 아닌가 봅니다. 불만이 생겼을 때 직원에게 으름장을 놓는가 하면 공짜로 물건을 가져갔다가 자기 스타일이 아니라며 도로 놓고 가는 등 별의별 VIP 고객들이 있다고 합니다. 백화점들도 골치가 이만 저만이 아니라는군요.
'진상 VIP'의 첫 번째 유형은 밑도 끝도 없는 외상구매입니다. 먼저 제품을 가져가고 다음에 와서 계산을 하겠다고 우기는 경우이지요. 직원이 결제부터 해달라고 하면 "나 몰라? 여기서 1년에 몇 천만씩 결제하는 사람이야"라며 제품을 들고 간다고 합니다.
그나마 이 정도면 다행이구요. 심지어 나중에 물건을 들고 와서 "써보니 별로더라"며 그냥 놓고 간다고 합니다. 이런 품목은 대부분 의류인데, 한 번 입어본 옷은 나중에 다시 팔기도 어려워 백화점측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되는 것이죠.
사재기 유형도 있다고 합니다. 이 역시 의류가 대부분인데, 백화점 추가할인(5%)에 브랜드 별 할인(5~10%)까지 받아 가장 인기 많은 제품의 보편적인 사이즈를 여러 벌 구매해간다고 합니다. 그러고는 온라인을 통해 자신이 할인 받아 구매한 금액보다 좀 더 비싸게 제품을 판다고 하는데요. 재고가 없어 물건을 사지 못하거나 재생산을 기다리지 못한 고객을 노리는 것입니다. 이렇게 VIP고객 지위를 이용해 백화점을 도매상 취급하는 일부 큰 손 고객 때문에 일부 브랜드에서는 동일 고객에게 1인당 2점 이상 상품을 팔지 말라는 특별지시를 내리기까지 했다고 합니다.
'몰염치'형도 있습니다. 통상 수입 화장품 브랜드에서는 연 300만~500만원 이상을 구매하면 우수 고정고객으로 선정해 호텔에서 식사초대전을 갖는데요. 대부분은 동반 1인까지 참석하지만, 일부 VIP고객들은 본인은 물론 남편, 아이, 친정엄마까지 대동하고 나타나 1인당 10만원짜리 음식만 먹고 물건은 사지 않고 가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VIP고객이라면 어쩔 줄을 모르는 게 백화점들의 현실입니다. 대체 VIP가 뭔지….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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