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CJ그룹 본사 등을 전격 압수수색하면서 'CJ가(家) 수사 잔혹사'에 이재현 회장이 또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될지 주목된다.
대표적 사건은 CJ그룹 회장 비서실 재무2팀장 이모(43)씨 사건. 이씨는 이 회장의 차명재산을 관리하면서 2006∼2007년 사채업자 박모씨에게 170억원을 대출해주는 등 230억원을 유용하고, 이 돈을 떼일 처지가 되자 폭력배 등을 동원해 박씨를 청부 살해하려 한 혐의로 서울경찰청의 수사를 받았다. 당시 청부살인은 물론 회장의 소유라는 의문의 뭉칫돈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지만, 비자금의 실체는 드러나지 않았다.
검찰은 살인예비 등의 혐의로 이씨를 기소했고 1심은 이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은 입증이 부족하다는 등의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고 대법원에서 2008년 무죄가 확정됐다.
하지만 2심 재판부가 선고 당시 "이씨는 자신이 관리하던 자금의 규모가 수천억원에 이른다고 주장했다"며 "또 이 회장이 차명재산과 관련해 1,700억원을 상회하는 세금을 납부한 점에 비춰보면 차명재산은 더 많을 것"이라고 언급해 논란은 더욱 커져갔다. 이 회장은 당시 이 돈이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로부터 받은 상속재산이라고 주장하면서 위기를 모면했다.
이 회장은 2009년 천신일 세중나모그룹 회장의 세무조사 무마 청탁 수사와 관련해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소환 조사를 받기도 했다. 검찰은 CJ그룹이 2008년 국세청 세무조사를 받을 당시 천 회장이 로비를 벌인 의혹에 대해 조사했지만 별다른 혐의점은 없다고 결론을 냈다.
이 밖에 CJ그룹은 서미갤러리와의 미술품 거래를 통한 비자금 조성 의혹도 받고 있다. 서미갤러리를 통해 해외 미술품 수천억원어치를 사들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자금 출처에도 의문이 제기된 것이다.
이처럼 그 동안 '이 회장의 비자금'이 수 차례 거론됐지만 실제 존재 여부와 규모, 관리실태 등이 제대로 확인된 것은 없었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지난해 초부터 CJ그룹에 대한 수사착수 가능성에 대한 관측이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선대에서는 이병철 회장의 장남이자 이재현 회장의 부친인 이맹희(83)씨가 사카린 밀수 사건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맹희씨의 지휘로 한국비료가 울산에 공장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밀수를 하다 적발된 이 사건은 당시 이병철 회장이 한국비료를 국가에 헌납하고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면서 마무리됐고, 이맹희씨가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에서 배제되는 불운의 씨앗이 됐다.
한편 이맹희씨는 동생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상대로 이병철 창업주의 재산을 둘러싼 상속소송을 제기했다 올 초 패소했다. 이씨가 항소하며 형제간 유산분쟁은 다시 점화됐지만 아들 이재현 회장은 항소를 끝까지 만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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