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은 새 정부 출범 후 검찰의 첫 조사대상 대기업이 됐다. 그것만으로도 검찰수사 강도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게다가 검찰조사가 통상적인 위법사항이 아니라 최고경영층까지 정조준하는 쪽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CJ그룹의 긴장감은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다른 대기업들도 이번 수사가 새 정부 출범 후 검찰의 '재벌손보기'신호탄이 아닌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압수수색이 실시된 21일 서울 남대문 CJ그룹 본사와 쌍림동 제일제당 사옥은 하루 종일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수뇌부들은 당혹감 속에 대책회의를 가졌지만, 현재로선 마땅히 대응할 방법도 없는 상황이다.
CJ그룹 관계자는 "비자금 조성 유무나 규모 등 관련 내용에 대해서는 파악된 바가 없다"며 "구체적으로 알려진 게 없어 수사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협조를 할 부분이 있으면 열심히 하고, 소명할 부분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설명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CJ그룹은 그 동안 투명경영에 주력해온데다, 수출입이 많은 기업의 경우 해외비자금과 정상적 자금거래가 종종 혼돈되는 경우가 많아, 검찰수사가 진행되면 오해가 풀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실 CJ그룹은 경기침체로 주력사업 실적이 악화하고 있는 상황. 그룹 매출의 3분의 1을 담당하는 주력 회사인 CJ제일제당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8% 줄어들었고, 다른 계열사들도 실적이 전반적으로 부진하다. 때문에 CJ그룹은 지난 19일 허리띠를 졸라맨다는 취지에서 전사적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했고, 이에 맞춰 출근시간을 앞당기고 경비절감에 나서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검찰수사까지 겹침에 따라, CJ는 사실상 이중삼중의 악재에 처한 상태다. 이를 반영하듯, CJ그룹 계열사 주가는 이날 일제히 하락했다.
한 재계 소식통은 "혹시라도 과거처럼 정부 출범 후 통과의례처럼 시작되는 대기업 사정의 일환이 아닌지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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