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버마 대신 미얀마라는 국호를 입에 올렸다. 20일(현지시간) 테인 세인 미얀마 대통령과 47년 만에 양국 정상회담을 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다. 오바마는 지금껏 미얀마 군사 정부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뜻에서 의도적으로 옛 국호인 버마를 공식 호칭으로 사용했다. 지난해 11월 미얀마를 방문했을 때는 비공식적으로 미얀마와 버마를 섞어 사용했다. 그러나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미얀마라는 호칭을 열여섯 차례 사용하고 버마라는 이름은 한번도 쓰지 않았다. 버마라는 이름이 영국 식민지 시대의 잔재라는 이유로 군부가 1989년 국명을 미얀마로 바꾼 지 24년 만이다. 미얀마 최고 지도자를 초청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공식 데뷔시킨 데 이은 또 하나의 선물이다.
오바마가 세인을 이처럼 예우한 것은 그가 오바마에게 최대 외교 치적을 선사한 점도 작용했다. 세인은 2011년 대통령 취임 이후 중국이 주도하는 대규모 댐 건설을 중단하면서 중국 영향권에서 벗어나겠다는 신호를 미국에 보냈다. 미국은 이를 이용해 미얀마를 개방으로 이끈 뒤 아시아 재균형 전략을 전개하고 있다. 오바마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미얀마의 정치ㆍ경제 개혁을 이끈 강한 지도자"로 세인을 치켜세웠다.
미국 정부가 미얀마를 단일 국가명으로 사용하기로 결정할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기자회견 이후 열린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의 브리핑에서는 버마와 미얀마가 혼용됐고 국무부가 발표한 미얀마 국가 개요에서도 제목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버마로 표기됐다. 카니 대변인은 "외교적 예우로서 미국 정부가 미얀마의 제한적인 사용을 허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미얀마 민주화 운동 지도자 아웅산 수치 여사를 배려한 것으로 추정된다. 수치 여사가 미얀마 대신 버마라는 국명을 사용하고 있어 미국이 버마라는 이름을 버리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세인은 미얀마와 북한의 관계에 대해 지금은 외교 관계만 있을 뿐 군사 교류는 전혀 없다고 밝혔다. 그는 "과거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을 때 국방 분야에서 도움이 필요해 북한과 관계를 수립했다"면서 "그러나 분명한 것은 북한의 새 지도부가 들어선 이후 군사 관계는 없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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