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속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특별위원회가 연명치료 중단(존엄사)의 요건을 크게 완화한 '무의미한 연명치료 결정에 관한 권고(안)'을 내놓았다. 환자가 갑작스럽게 혼수상태에 빠져 환자 본인의 의사 확인이 불가능할 경우 가족을 비롯한 대리인이 합의해 추정한 환자의 의사를 인정하자는 것이 골자다. 주치의를 포함한 의사 2명이 환자가 의학적으로 회생 불능 상태임을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야 함은 물론이다.
특별위원회의 이번 권고(안)은 2009년 5월 대법원이 특정 조건 아래 가족의 '의사 추정'을 본인 의사에 갈음해 인정한 판례를 적극적으로 해석한 결과다. 권고(안)이 생명윤리위를 통과해 법제화할 경우 사회적 논란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다. 한편으로 특위 심의 과정에서 종교계나 환자권리 관련단체 위원들이 강조했듯, 환자 가족들이 경제적 이유 등으로 본인의사를 왜곡할 우려는 여전하다. 이런 가능성을 최대한 차단할 안전장치가 앞으로 법제화 과정에서 요구된다. 그를 통해 생명의 존엄성을 최대한 존중하면서도, 회생 가능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결과적으로 환자의 인격을 해치는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게 해 환자와 가족의 고통을 덜어주는 긍정적 효과를 가질 만하다.
이번 권고(안)은 회생 가능성이 없는 연명치료의 지속 여부에 대한 그 동안의 사회적 논의가 존엄사에 대한 국민 인식의 적잖은 변화를 부른 결과이기도 하다. 2011년 국립암센터 설문조사에서는 환자, 가족, 의사, 일반인의 87.1~94%가 연명치료 중단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권고(안)이 초점을 맞춘 존엄사는 의식불명 환자의 생명이 인위적 생명유지장치에 의해 연장되고 있는 경우 의사가 그 장치를 제거해 자연스럽게 죽음을 맞는 경우만을 가리킨다.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해 치료를 중단하는 협의의 소극적 안락사와는 다르다.
오랜 진통 끝에 나온 특위의 권고(안)을 중심으로 법제화 과정에서 더욱 폭넓은 의견이 적극적으로 수렴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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