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진드기'에 의해 매개되는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은 치료제나 백신이 없어 공포를 자아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본뇌염보다는 치사율이 낮고 대유행을 할 가능성도 낮다고 보고 있다.
치사율 일본뇌염보다 낮아
SFTS는 2011년 중국에서 처음으로 발생이 확인된 신종 감염병으로 정확한 치사율(감염환자 중 사망자 비율)을 계산하기가 쉽지 않지만 전문가들은 일본뇌염보다는 낮은 10% 안팎으로 보고 있다.
중국에서는 SFTS 발생 초기 치사율이 30% 정도로 집계됐지만 환자 수가 늘어나면서 6%대로 떨어졌다. 최근 2년간 2,047명의 감염환자가 발생해 이중 129명(6.3%)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1월 처음으로 SFTS 감염이 발생한 일본은 이후 8명의 환자가 발생했고 이중 5명이 사망, 외형상 치사율은 62.5%다. 그러나 신종 감염병은 발생 초기에 사망자나 중증질환자가 주로 신고되기 때문에 치사율이 높다가 차츰 낮아진다는 것이 보건당국의 설명이다.
SFTS와 비슷한 열성(熱性)감염병인 일본뇌염의 지난해 국내 치사율은 25%(발생 20건, 사망 5건)였다. 진드기에 의해 매개되지만 치료제가 있는 쓰쓰가무시병의 치사율은 지난해 0.1%였다.
오명돈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신증후군출혈열(유행성 출혈열)도 치료제가 없지만 치사율은 5% 미만"이라며 "SFTS도 투석, 혈소판 수혈 등 치료를 잘하면 치사율을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계를 늦추지 말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조교수는 "대유행 가능성은 없지만, 진드기가 매개하는 병은 대개 중증이 많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며 "치료제가 없는 만큼 경계심을 늦추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사람 사이에서는 감염 안 돼
현재 SFTS로 사망이 확진된 박모(63)씨는 강원 화천군에서 감염됐고, 지난 16일 제주에서 숨진 강모(73)씨 역시 SFTS로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SFTS가 전국적으로 확산될 것인지 우려도 높다. 실제로 SFTS 바이러스를 매개하는 작은소참진드기는 전국적으로 분포해 있다. 앞으로 다른 지역에서도 SFTS 감염신고가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신이현 질병관리본부 연구관은 "분포가 전국적이라 살충제를 사용하기는 쉽지 않다"며 "다만 역학조사에서 특정지역의 분포밀도가 높게 나오면 제한적으로 살충제를 사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진드기가 피를 빨아먹는 숙주가 여럿이라는 점도 우려된다. 박호용 한국생명과학연구원 책임연구원(한국곤충학회장)은 "산토끼, 소 등 숙주가 여럿인 진드기는 사람에게 질병을 옮길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유행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접촉으로 감염되는 질병이 아니기 때문이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진단 방법이 알려졌으므로 발생 보고는 늘어날 것"이라면서도 "새로운 증후군이라서 충격을 주는 것이지 대유행을 일으키거나 크게 두려워할 정도의 질병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 국립환경과학원 등은 21일 합동대책회의를 열고 가축 및 동물감염 실태를 조사하기로 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