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은 20일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신임 사무총장에 친박계 핵심인 3선의 홍문종(경기 의정부을) 의원을 임명했다. 당 대변인엔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인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재선의 유일호(서울 송파을) 의원이, 전략기획본부장에는 역시 친박계 핵심인 재선의 김재원(경북 군위∙의성∙청송) 의원이 각각 기용됐다.
당내에선 먼저 이번 개편으로 "당 지도부의 친박 색채가 더욱 짙어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지난주 선출된 최경환 원내대표와 함께 홍문종, 김재원 의원 모두 2007년 경선 당시 박 대통령을 도운 '원조 친박계' 인사들이다. 이 같은 흐름은 최근 당 일각에서 제기된 '친박계 전진배치론'과도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측근 인사들이 주요 당직에 지나치게 많이 포진함으로써 향후 당 통합력과 대야 협상력을 스스로 떨어뜨렸다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수도권 출신인 홍 사무총장은 지난해 대선 때는 선대위 조직총괄본부장을 맡아 대선 승리에 기여했다. 그는 대선 기간 800여 개에 달하는 단체를 관리해 '조직의 달인'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11,12대 민정당 국회의원을 지낸 홍우준 전 의원의 아들인 그는 1996년 부친의 지역구를 물려받아 15,16대 의원에 잇따라 당선됐지만 2006년 7월 '수해 골프' 사건으로 당에서 제명되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홍 사무총장은 최 원내대표와 김기현 정책위의장이 모두 영남권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일찌감치 사무총장 물망에 올랐다. 인선 막판 황우여 대표가 비주류 사무총장을 고려했지만 친박계에서 그를 강하게 민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일 대변인의 후임으로 임명된 유 대변인은 유치송 전 민한당 총재의 외아들로 18대 총선에서 서울 송파을에 전략 공천돼 당선됐으며, 19대 총선 때는 민주당 천정배 후보를 누르고 재선에 성공했다. 당내 대표적인 조세전문가인 그를 대변인으로 기용한 것은 다소 의외라는 반응도 있다.
전략기획본부장에 임명된 김재원 의원은 율사 출신으로 2007년 경선 당시 '박근혜 캠프' 공동대변인을 맡았다. 18대 총선 당시 이른바 '친박계 공천 학살'의 당사자 중 한 명으로 거론됐으며, 오랫동안 박 대통령에게 법률 자문을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지난해 대선캠프 공동대변인에 내정됐으나 '취중 막말' 논란으로 자진 사퇴한 바 있다.
황 대표는 사무부총장을 기존 2명에서 3명으로 늘리고 제3사무부총장에 여성 의원을 임명하는 등 비박계 의원들도 배려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당직 인선에 대해 중립성향의 한 재선 의원은 "생각이 비슷한 사람끼리 너무 많이 모여 있으면 좋지 않다"며 "나머지 인선까지 친박 일색으로 가면 바닥을 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신정훈기자 h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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