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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모래까지 손대면 기후변화에 손 못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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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모래까지 손대면 기후변화에 손 못쓴다"

입력
2013.05.20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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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기후학자인 제임스 한센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가 "석유회사들이 캐나다 정부를 매수해 (일반 원유보다 3, 4배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오일샌드(타르샌드)를 사들이고 있다"며 "오일샌드에까지 손을 뻗는다면 기후 변화는 더 이상 손쓸 수 없이 '게임오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센 교수는 1988년 당시 미 항공우주국(NASA) 소속 기후학자로서 미 의회 보고를 통해 기후변화의 위험성을 전세계에 알렸던 인물이다.

한센 교수는 19일 영국 일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대기의 온실가스가 위험 수준에 다가가 있는데 오일샌드를 통한 석유 생산까지 더한다면 기후변화에는 도저히 손을 쓸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오일샌드는 휘발 성분이 없어진 석유가 모래에 섞여 고체행태로 존재하는 것으로 정제 할 때 일반 원유보다 3, 4배 더 온실가스가 배출되며 연료로 사용할 때도 온실가스가 14~20% 더 나온다. 원액을 얻으려면 엄청난 물을 투입해야 하며 타르 찌꺼기는 토양을 오염시킨다.

캐나다는 오일샌드 양으로만 세계 3위의 원유 보유국으로 분류되는데 200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오일샌드를 개발하기 시작하면서 환경단체의 지탄을 받고 있다. 캐나다는 오일샌드로 2조 배럴의 석유를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센 교수는 "화석연료가 큰 돈벌이가 되기 때문에 석유회사들이 각국 정부를 매수하고 있다"며 "캐나다 장관들은 석유회사 세일즈맨 같고 유럽 국가들은 그 더러운 기름을 사들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유럽연합(EU)이 오일샌드처럼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원유에 관세 등에서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논의하기로 하자 조 올리버 캐나다 천연자원부 장관은 이를 저지하기 위해 최근 런던을 방문하기도 했다. 올리버 장관은 "EU가 행동을 취한다면 세계무역기구를 통해 캐나다의 이익을 방어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 정부도 캐나다를 지지하고 있으며 미국 정부도 캐나다에서 텍사스로 오일샌드를 운반할 송유관 건설을 승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센 교수는 "각국 정부의 결정을 좌우할 만큼 석유회사들의 로비는 우리의 민주주의를 크게 훼손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한센은 기후변화 문제에 법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46년간 맡았던 NASA 업무를 지난달 그만뒀다. 그는 "석유회사 대표들이 인류에 중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며 "후손들이 기후변화에 대응할 여지라도 남기려면 오일샌드는 땅에 그대로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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