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교 직전의 학교가 기사회생한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최근 경북 칠곡군 낙산초에 때아닌 공사 소리가 울려퍼지고 있다. 4년 전만해도 전교생이 30여명에 불과, 폐교 1순위로 꼽히던 이 학교에 교실 3칸 증축공사가 진행 중인 것이다. 조만간 학구 내 왜관산업공단에 1,000가구 정도의 주택지구가 들어설 예정이어서 학생 증가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동창회가 폐교살리기에 나선 후 뜻하지 않은 호재가 많이 생겨나고 있다. 이무걸(60) 낙산초 교장은 "동창회 덕분에 학생수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주택지구가 완공되면 학생이 200~300명이 더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낙산초가 폐교 살리기의 역사를 다시 쓰고 있다. 1944년 문을 연 낙산초는 90년대 초반 학생수가 800명에 이르는 큰 학교였다. 산업화에 따른 이농현상으로 2001년 300명으로 줄어든 학생수는 2009년 34명까지 떨어졌다. 폐교를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인 전임 교장들은 의무 임기 1년을 마치기 무섭게 다른 학교로 옮기기 일쑤였고, 시설 보수도 거의 없었다.
낙산초는 2009년 기사회생한다. 17회 졸업생이자 동창회장이던 곽승호(60) 경북산업직업전문학교 이사장이 동창회 체육대회에서 폐교를 막아보자고 호소했다. 곽 회장과 동창회 임원들은 곧 경북도교육감을 면담, 이 학교 15회 졸업생인 장극조씨를 교장으로 초빙했다.
동창회원들은 자발적으로 '개미회'를 만들어 학교살리기에 나섰다. 동창회원 3,000명 중 497명이 매달 5,000∼2만씩 은행계좌로 발전기금을 보냈다. 이에따라 학생들은 40만~50만 원에 이르는 방과 후 프로그램 비용과 학용품 등을 모두 동창회로부터 지원받게 됐다. 1인당 혜택이 350만원이나 된다.
방과 후 프로그램은 수준도 높았다. 원어민 영어 수업에 골프 교실까지 열렸다. 농어촌 지역 특색에 맞는 통학용 스쿨버스도 운행됐다.
입소문이 나면서 인근 지역은 물론 대구와 포항, 강릉, 여수 등 전국에서 편입생이 몰려들었다. 그해 여름방학을 넘기면서 47명으로 늘어난 전교생은 1년 후인 2010년 68명으로 딱 2배가 됐다.
장 교장은 2년간 교내 사택에 거주하면서 학교를 관리했고, 타지에서 이주한 학부모 18명에게 왜관산업공단의 회사에 취직을 주선하는 등 안팎으로 학교살리기에 심혈을 기울였다. 2010년부터는 도교육청의 '작은 학교 가꾸기 사업' 학교로 선정, 2011년까지 연 2,400만원을 지원받았다. 2년 연속으로 '사업 우수학교'로 선정되면서 2011년 학교 통폐합 위기를 말끔히 넘겼다.
현재 낙산초 전교생은 77명이다. 학교 숲가꾸기 사업이 시작된 낙산초에 앞으로 200여명이 더 다니게 되면 중급 규모의 초등학교로 발돋움한다.
곽승호 낙산초 전 동창회장은 "대도시 학교와 비교해도 조금도 빠지지 않는 명문학교로 거듭날 수 있도록 동창회 차원에서 체육관 건립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ㆍ사진 김광원 엠플러스한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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