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은 물론 내신과 논술까지 준비하다 보면 수험생은 고액 과외나 특강에 눈을 돌리기 쉽다. 하지만 단번에 글 쓰는 능력이 향상되기란 어려운 법. 차라리 자신이 지원할 대학에 맞는 대비법에 집중하는 게 낫다. 이호곤 이투스청솔 대학별고사연구소 인문논술팀장은 "최근 인문ㆍ사회ㆍ상경 등 계열 분화에 따라 각 대학은 영어 지문, 수리논술 문항을 제시하는 등 같은 유형이라도 출제경향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며 "최근 2~3년간 대학별 기출문제를 구체적으로 분석한 다음 답안을 끝까지 완성해보는 훈련을 여러 번 반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투스청솔의 도움으로 대학별 인문계 논술 출제 경향과 준비 요령을 알아봤다.
완성 답안 많이 써보기
한 두 개의 주제 하에 제시된 교과 통합형 지문을 읽고, 요구하는 답안을 작성하는 게 인문계 논술의 기본 틀이다. 여기에 요약하기, 비교하기, 비판하기, 개념 파악해 구체적 사례나 현상 설명하기, 제시문과 연관 지어 도표나 자료 해석하기, 쟁점이나 문제해결 방안에 대한 자기견해 논술하기, 논리적 추론에 기초한 평가하기 등을 조합한 문제가 대학별로 출제돼왔다. 이런 경향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또 영어제시문과 수리문항을 추가하는 등 계열별로 문제를 나눠 출제하는 추세도 눈에 띈다. 경희대, 동국대, 서울시립대, 이화여대, 한국외대 등은 영어제시문을, 건국대, 경희대, 고려대, 이화여대, 중앙대, 한양대 등은 수리문항을 낸다. 수험생들은 가고자 하는 대학이 어떤 유형의 문제를 출제하는지 미리 살펴봐야 한다.
6월 모의평가 이후부터는 논술의 기본기를 다지는 데 본격적으로 돌입하는 것이 좋다. 매주 한 번씩 논술을 직접 쓰고, 첨삭을 받아 최소한 20회 이상 완성된 답안을 작성해봐야 한다. 모의평가 성적과 3학년 1학기까지의 학생부 교과 성적을 고려해 수시 1차 원서 접수가 시작되는 9월 초까지는 지원 대학의 출제 유형에 맞춘 심화학습이 필요하다. 가능한 한 많은 글을 써보며 본인의 단점을 고쳐 답안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이호곤 인문논술팀장은 "지원대학의 기출문제와 예상문제를 통해 대학별 실전문제에 대한 적응능력을 키우고, 시험 전까지 실전능력과 시험감각을 최대로 끌어올리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시간 안배 훈련해야
최근 대학들은 시험 시간과 문항 수, 지문 분량을 줄이고 있다. 따라서 주어진 시간 안에 제시문과 자료를 분석ㆍ이해한 후 간결하고 완성도 높은 답안을 작성하는 능력이 요구된다. 남과 다른 사고력과 창의력을 보여준다면 훨씬 유리하다.
지난해부터 고려대는 시험 시간을 100분으로 축소하고, 언어와 수리논술에서 각 한 문제를 줄여 3문항씩 낸다. 언어논술의 경우 제시문의 길이가 짧고, 내용도 쉬워졌지만 시간 조절의 어려움으로 만만치 않았다는 평이다. 어느 한 논술을 쓰는 데 시간을 오래 써 다른 논술을 망쳐버린 경우가 많다. 수리논술을 신속하게 해결하는 학생이 유리하기 때문에 중앙대나 건국대 등 다른 대학의 수리논술 기출문제까지 풀어보는 대비가 필요하다. 2013학년도 수리논술은 수능에서 1,2등급을 맞는 학생이라면 무난하게 풀 수 있는 수준이었다. 100분으로 시험 시간이 줄어든 이화여대 역시 영어지문과 논제의 난이도가 평이했지만 줄어든 시간을 고려하면 완성도 있는 답안은 많지 않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호곤 팀장은 "시간 부족을 호소하는 학생들이 많기 때문에 요구되는 사항을 충실히 갖춘 답안을 100분 안에 쓰려면 상당히 우수한 논술 실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완성도 높은 우수 답안을 여러 번 작성해보는 경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연세대는 2시간 동안 비교분석과 자료해석 문제를 각각 1,000자씩 써내는 기존 출제경향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문제가 쉬워 변별력이 떨어졌던 지난해보다는 어렵게 출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호곤 팀장은 "논리성, 체계성이 떨어져도 제시문을 제대로 이해하고, 문제가 요구하는 대로 쓰면 좋은 평가를 받던 이전과 달리 내용을 서술하는 과정이 중요하게 부각된다"며 "내용과 형식 모두에서 완성도 높은 깔끔한 답안 작성 능력이 요구된다"고 분석했다.
성균관대는 추가득점을 노려보는 게 좋다. 예를 들어 한 제시문의 입장을 분류해 요약하는 문항에서는 같은 입장의 제시문간 차이나 관계를 설명하고, 자료 해석 문항에서는 보다 자세한 부분까지 지적하는 식이다. 제시문의 상반된 입장 중 하나를 택해 옹호하는 문항의 경우 좀 더 참신하고 설득력 있는 근거를 대면 가점을 받을 수 있다. 한양대 수리논술은 6~7개의 작은 문제로 구성돼 있다. 문제해결능력을 세부적으로 평가하겠다는 의도이므로 집중력을 유지해 작은 실수라도 해서는 안 된다.
언어논술 2문항, 수리논술 1문항을 출제하는 중앙대의 경우 논지 파악이 어려울 정도로 제시문의 난도가 높은 편이라서 기출문제를 충분히 다뤄봐야 한다. 경희대는 어휘와 문장 구조가 어려운 영어제시문이 나오기 때문에 따로 시간을 들이기보다는 평소 수능 공부를 하면서 주요 어휘를 익히는 등 꾸준히 준비하는 것이 좋다. 한국외대는 수능 영어 1,2등급 학생이면 풀 수 있는 수준의 제시문을 출제한다. 올해부터 학생부를 보지 않고 논술로만 뽑는 서울시립대의 경우 난도 높은 제시문을 비교분석하고, 제시문을 활용해 자신의 입장을 논증하는 연습을 꾸준히 해야 한다.
권영은기자 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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