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박지원(71) 전 민주통합당 원내대표에 대한 공판에서 임건우(66) 전 보해양조 회장이 금품 전달 사실을 인정하며 당시 상황을 자세히 묘사해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변호인 측은 임 전 회장이 진술을 번복했다며 신빙성을 문제 삼았다.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이정석)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증인으로 나온 임 전 회장은 "2011년 3월 오문철 보해저축은행 대표와 함께 국회에 있는 박 전 원내대표의 방에 찾아가 대화를 나눈 뒤 3,000만원이 든 돈 봉투를 전달하려다가 박 전 원대대표가 받지 않으려고 해 테이블 위에 놓고 나왔다"고 말했다. 임 전 대표는 "박 전 원내대표가 테이블에 놓은 돈을 봤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날 검찰은 임 전 회장이 당시 입었던 것과 같은 검은 외투를 법정에 들고 와 임 전 회장이 국회 원내대표실 앞 화장실에서 오 대표로부터 3,000만원이 든 돈 봉투를 전달받던 장면도 재연했다. 두 사람이 이렇게 3,000만원을 준비한 뒤 박 전 원내대표에게 건넸다는 게 검찰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변호인 측은 "당시 검찰에서 추가 기소될 수 있다는 얘기를 듣지 않았냐. 40여일 동안 매일같이 조사를 받아 심신이 고통스럽지 않았냐"며 진술을 번복한 배경을 캐물었지만 임 전 대표는 완강히 부인했다.
박 전 원내대표는 저축은행 2곳에서 3차례에 걸쳐 8,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이날 증인 신문은 박 전 원내대표가 "보해저축은행에 대한 금융위원회의 경영평가위원회를 연기하도록 도와달라"는 청탁과 함께 3,0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놓고 진행됐다.
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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